미 국무부 "한국측의 더 큰 집중과 유연성 요구…한미간 이해의 차이 남아"
한미 방위비 협상 7차 회의 결렬, 비대면 협상 이어갈 듯…막판 접점 미지수
정은보 대사 "주한미군 한국인 인건비 우선 협상안, 미국측 공식 반대"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 '출근투쟁' 예고
정은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사가 17~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방위비 협상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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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한미 방위비 분담 규모를 결정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일곱 차례 회의에도 좀처럼 타결로 가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는 4월 시행될 예정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을 앞두고 7차 협상에서 양측 대표가 집중 협상까지 벌였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 대표단이 직접 만나 논의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가운데 한미 양측 모두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외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협상대표단은 17~19일(현지시간) 협정 공백기인 지난 1월 이후 두달만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시 만났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시행을 마지노선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번 7차 협상에서도 눈에 띄는 소득이 없었던 것이다.
외교부는 이에 “양측간 입장 차이가 있는 상황이나 양측은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의 조속한 타결을 통해 협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태세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17~19일 사흘에 걸친 방위비 협상 결과에 대해 짧은 설명을 내놨다.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과 '포괄적 타결'을 고집하는 미국의 몽니는 이번에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앞선 6차례 협상과 달리 정은보 방위비분담 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협상 일정을 하루 연장하면서까지 수시로 만나 대표간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으나 체결 가능성을 높이지 못했다.
미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납세자들에게 기여하는 가치에 대해 한국과 미국간 이해의 차이가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소리(VOA)가 미국에 요청한 논평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서로 수용가능한 합의에 이르려면 (미국 납세자들에게 기여하는)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는 공정하고 공평한 방위비 분담에 도달하기 위한 한국측의 더 큰 집중과 유연성(greater focus and flexibility)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美, 방위비 대폭 증액·포괄적 타결 고수 …한국측이 제안한 '선(先) 인건비 타결 제안' 걷어차
7차 협상에서 미국측은 방위비 대폭 증액을 전제한 포괄적 타결을 고수했다. 미국측은 지난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1조389억원) 대비 턱없이 높은 50억달러 규모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한 이후 증액 규모를 40억달러 수준으로 낮췄으나, 한국측은 10% 안팎의 인상으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표단은 미국측이 제시한 방위비 증액 규모가 합리적이고 공평한 부담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측은 여기에 지난 1월 방위비 협상 이후 한국 정부가 제시한 ‘선(先) 인건비 타결 제안’에 대한 답변을 미루다가 결국 이를 공식 거부했다. 7차 협상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정은보 대사는 기자들과 만나 “방위비 총액 합의가 지연되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문제 해결을 위한 교환각서를 먼저 체결하자고 했지만 미국측은 이에 본 협상의 지연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측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를 막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었다. 하나는 한국 대표단은 주한미군이 자체 예산으로 임금을 선 지급한 후 한국측이 보전해주는 방식, 다른 하나는 별도의 교환각서를 체결해 국방부가 확보해놓은 분담금 예산에서 인건비를 먼저 지급하고 사후 보전하는 방식 등이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번 협상에서 두 가지 방안을 모두 걷어차고 포괄적 타결 입장을 고수했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직면…주한미군 4월 무급휴직 시행 구체화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었던 7차 방위비 협상이 결렬되면서 주한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의 생계는 더욱 위태로워졌다. 주한미군은 지난달 27일부터 행정적 무급휴직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사전 통보에 나섰다. 오는 23일에는 한국인 근로자 9000명 중 필수인력을 분류해 계속 근무하도록 하겠다면서 구체적인 규모를 밝힐 계획이다. 무급휴직 규모는 9000명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 협상 지연을 상정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한미국측이 무급휴직을 강행할 경우 ‘출근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조는 회견문을 통해 “무급 휴직을 시키는 초유의 사태는 한미동맹의 정신을 훼손하는 역사의 오점일 될 것”이라며 “미국은 9000명의 한국인 노동자 뿐 아니라 수만명의 주한미군 가족을 볼모로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급휴직 시행까지 한국과 미국 대표단은 비대면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비대면 협상을 통해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은보 대사는 “다시 대면회의를 하기는 어렵다”면서 “전화와 이메일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이 있고 대사관 채널이 있기 때문에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1년 단위인 협정 유효기간을 확대하는 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방위비 증액 규모를 두고 한국과 미국 사이의 간극이 커 증액 규모만으로는 접점을 찾기 어려운 만큼, 미국의 증액 요구 수준을 낮추되 실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10차 SMA 협상에서 한국측은 막판 미국 측이 요구한 분담금 규모를 소폭 낮추는 대신 방위비 협상 주기를 1년으로 변경하는 데 합의해 적지 않은 비판이 일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증액 규모도 규모지만 한국대표단은 협상 주기를 1년으로 한 것을 이번 협상에서 연장하는 쪽으로 협정을 맺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은 정치적으로 활용할 증액이 필요하고, 한국은 분담금 부담을 낮추면서 협상 주기를 3~5년으로 변경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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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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