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80여건 임상 진행…미국 임상 개시 백신도 12∼18개월 소요 예상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추진 (PG) |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많은 기업이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거나 기존 의약품의 효과를 확인했다는 등의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개발 초기 단계이거나 검증이 완료되지 않았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미 미국에서 임상시험 대상자에 투약을 '시작'한 백신조차도 개발이 완료되는 데 12∼18개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섣부른 기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계했다.
21일 한국임상시험포털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 세계에서 81건의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을 개발하거나 기존 의약품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자 사실상 전 세계가 뛰어든 셈이다.
국내에서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길리어드사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환자에 투약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등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두 임상시험은 각각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임상시험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이르면 5월 중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개발하겠다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경우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돌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15곳과 정부 기관 4곳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뮨메드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항바이러스 의약품에 대한 코로나19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얻었으나 상업화와는 별개다. 이 데이터로는 정식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를 신청할 수 없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거나 효과를 확인했다는 기업 대부분은 개발 초기 단계여서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대개 신약이 나오기까지는 유망한 후보물질 발굴부터 동물 실험으로 불리는 전임상을 거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1∼3상을 거쳐야 한다.
어렵사리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가더라도 성공하는 경우는 10개 중 1개도 안 된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 1상 시험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이 상용화에 이른 비율은 9.6%에 불과했다.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기존 허가된 의약품 중에서 새로운 약효를 찾는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이것도 성공이 보장된 건 아니다.
특히 시험관 내 시험과 같은 '인 비트로'(in vitro) 연구에서 효과를 확인했다거나 후보물질을 탐색해 발굴했다는 발표는 말 그대로 '가능성'에 불과하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후보물질 발굴이나 전임상, 임상 1상 등은 개발 초기여서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다"며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고 꼬집었다.
백신 개발도 마찬가지다.
가장 속도가 빠르다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백신 후보물질을 임상시험 참가자에 투여했지만, 연내 상용화는 불투명하다. 외신들은 통상 백신을 인증하기까지 최소 1년에서 18개월이 걸린다고 전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개발의 정상적 프로세스로는 당장 올해 안에 상용화되기는 어렵다"며 "18개월이라는 것도 모든 절차가 잘 진행됐을 때의 얘기"라고 일축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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