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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착취 사진·동영상을 찍게 하고 SNS 단체대화방을 통해 판매한 n번방 사건의 핵심 인물 ‘박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월 1일 21만9000여 명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나선 지 40여 일 만이다. 조사 결과 범행에 피해자를 동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n번방 사건 관계자 14명을 검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가운데 ‘박사’ 조 모씨 등 4명에 대해선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9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조씨는 현재 자신이 ‘박사’라는 것을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사를 받는 도중 자해를 시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여 소동이 일기도 했다. 검사 결과는 음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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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안 남는 텔레그램 통해
지난해 2월 처음 개설된 n번방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 성착취 사진과 영상을 공유할 목적인 단체 대화방이다.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산발적으로 수많은 방이 만들어졌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해 ‘n번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보안을 위해 ‘성착취에 가담하지 않는 참여자는 퇴장시킨다’는 규칙도 적용했다.
범인들이 텔레그램을 쓴 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압수수색 등이 어렵고 대화 내역을 지우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n번방에 입장하려면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 지불해야 했다. 한 방에만 수천 명 이상이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주범들이 소녀들을 꼬드겨 성착취 사진·동영상을 찍게 하고 넘겨받은 뒤 유포하는 수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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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아르바이트 등 미끼
처음 n번방을 만들기 시작한 건 ‘갓갓’이다.갓갓에 이어 ‘와치맨’이 등장했다. 그는 2016년 폐쇄된 성착취물 유통 웹사이트 ‘소라넷’의 계보를 잇겠다고 선언했다. 그 뒤에 ‘박사’가 조명을 받았다. 지난해 7월 활동을 시작한 박사는 더욱 치밀한 방법으로 더욱 자극적인 성착취물을 퍼뜨리며 인기를 끌었다.
구체적인 박사의 범행 수법은 다음과 같다. 피해 여성에게 “고액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해준다”며 접근했다. 그러면서 급여 지급을 핑계로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얼굴 사진 등)를 받아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주변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기 위해서다. 살해 위협도 가했다. 박사는 “이것만 찍으면 돈이 입금될 것”이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점차 수위 높은 성착취물을 받아낸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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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노예로 불러, 신체에 ‘박사’ 새기게도
박사를 포함한 단체대화방 참여자들은 피해자를 ‘노예’라고 불렀다. 박사는 피해자의 신체 일부에 칼로 ‘노예’나 ‘박사’라는 말을 새기게 하고, 새끼손가락을 들게 해 ‘박사의 지시에 따른 것’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거래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진행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박사는 피해자를 시켜 다른 피해자를 데려오도록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갑식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은 “피해자가 피의자가 돼 있기도 했다”며 “이들의 경우 범행에 가담한 자발성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비슷한 범행이 다른 메신저 디스코드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는 중이다.
김홍범·김민중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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