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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해 온 경찰이 지난 17일 이른바 '박사방'을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력 피의자 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박사'는 금전이 필요한 여성들을 아르바이트 자리를 미끼로 교묘하게 꾀어내 신상 정보를 받아내거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해킹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상 정보를 알아낸 뒤 협박해 성 착취물 촬영을 강요하는 텔레그램 내 핵심 범죄자들로 알려졌다. 이들은 여성들을 협박해 촬영한 성 착취물을 텔레그램에 공유해 큰 돈까지 벌었다.
텔레그램에는 '박사방', 'n번방'을 넘어 다양한 이름이 붙은 수많은 비밀방이 존재하고, 가장 큰 방에는 2만 명 넘게 참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 중에는 10대 여성 아동·청소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해자들은 트위터 등에 몸 사진을 찍어 올리는 10대를 찾아 대화를 걸며 접근해 개인 정보를 얻는다. 이렇게 가해자가 성 착취를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온라인 그루밍'이라고 한다. 10대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이 부모나 지인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고 성 착취 영상을 촬영하라는 협박을 계속해서 받는 구조다.
아동·청소년 사회단체 '탁틴내일'은 '온라인 그루밍'을 막기위해 아이들에게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이들에게 답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관계 맺기를 거절할 수 있는 판단력을 길러줘야한다는 것. 또 자칫 개인 정보를 노출하게 되었을 때에는 부모나 보호자에게 이를 빠르게 알리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그루밍이 이루어지는 것에 관해서 "성적 학대와 착취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고 10대에게 만남을 제안하거나 선물을 하는 형태의 그루밍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탁틴내일'은 "경찰이 미성년자 위장 수사를 가능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라며 "경찰이 위장 수사를 함으로써 가해자들의 그루밍 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루밍 가해자들은 주로 온라인에서 만난 10대들의 취약한 마음을 이용해서 자신들에게 의존하게 만들고 성적 착취 대상으로 삼는다. 이런 위험에 노출된 아동·청소년들의 결핍을 해소해줄 수 있는 대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영국, 호주 등에서는 온라인 그루밍 자체를 법적으로 처벌한다.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 착취 만남의 목적을 제안하는 것 자체를 성범죄로 보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을 소지한 이는 징역 5년, 배포한 이에 대해서는 10년으로 처벌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청소년은 물론,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처벌도 여전히 미미하다. 세계 최대 다크웹 아동 성착취 사이트 '웰컴투 코리아'의 운영자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28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텔레그램 성 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논평을 내고 "텔레그램 성 착취 문제 해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법원은 텔레그램 성 착취와 같은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박사방' 운영자를 비롯해 공범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국회는 졸속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에 머무르지 말고 디지털 기반 성 착취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라"라고 촉구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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