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수사에 가해자들 다른 해외 메신저로 옮겨간 의혹
불법촬영물 사고파는 실시간 채팅 ‘대화방’ 수십개 추정
경찰, 수사 확대…n번방 ‘박사방’ 핵심 피의자 구속영장
텔레그램에서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유사한 성범죄가 또 다른 온라인 메신저인 ‘디스코드’(DISCORD)에서도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피의자들이 디스코드로 옮겨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디스코드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향신문이 18일 메신저 디스코드의 한 ‘서버’(대화방)를 확인한 결과, 이용자 2000여명이 이 서버에서 불법촬영물을 버젓이 공유·판매·구매했다. 이용자들은 “초·중·고딩 영상 800개 이상 있는 파일을 판다” “스튜어디스 몰카(불법촬영물) 있다. 싸게 판다”며 다른 이용자들을 유인했다. “06·07년생 영상을 판다”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도 판매됐다.
한 이용자는 한 여성을 성적으로 모욕하면서 전화번호를 올리고 다른 이용자들의 연락을 유도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처럼 가해자가 피해 여성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방식과 동일했다. “지인 합성해드린다”고 홍보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피해자의 얼굴을 다른 사진에 합성해 성적 모욕을 가하는 방식이 텔레그램에서와 같았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가해자들이 지난해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찍고 이를 신상정보와 함께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한 사건이다.
이 같은 불법촬영물이 공유되는 디스코드 서버는 최소 수십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버마다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만명이 포함돼 있다. 서버 이름은 주로 ‘○○ 야동방’ 등이다. 경찰이 텔레그램에 수사력을 집중한 사이 가해자들이 디스코드로 몰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은 텔레그램의 한 대화방에서 “이제 디스코드로 가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해외에 기반을 둔 무료 메신저인 디스코드는 게임에 특화된 음성 채팅 메신저로 알려져 있다. 디스코드 설치와 가입, 서버 생성 방법은 간단한 편이다. 이용자가 개별 서버를 생성해 코드를 배포하면 다른 이용자가 서버에 들어와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텔레그램 n번방 관련 수사를 벌여온 경찰은 디스코드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일부 시민들이 최근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민원을 넣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디스코드를 비롯해 모든 관련 서버를 들여다보고 있다. 민원과 자체 인지 수사로 파악한 사건을 각 지방청에 분배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공조와 각종 수사기법으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사이버 성범죄 사범들을 검거해왔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엄정 수사하고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핵심 피의자 ㄱ씨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ㄱ씨는 텔레그램 n번방 계열인 ‘박사방’에서 ‘박사’로 유력한 인물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박사방 사건과 관련해 ㄱ씨 포함, 13명을 검거해 조사 중이며 앞서 4명을 구속했다.
‘텔레그램 n번방 국제공조 수사 촉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달 1일까지 21만9705명이 동의했다. 경찰청은 국민청원 답변에서 “경찰청에 ‘텔레그램 추적 수사지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며 근절 의지를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달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해 대화방 운영자와 공범 16명, 아동 성착취물 유통·소지 사범 50명 등 총 66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사이버상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유통할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경향신문은 텔레그램 n번방과 유사한 행태의 성범죄에 대해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디스코드’를 이용한 성범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해당 메신저의 명칭을 적시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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