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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강 교회가, 동네 '떡볶이집'에 미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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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집단 감염 한 번 발생할 때마다 "역시 나가면 안 돼" 심리 불안, 위축…자영업자 "매일매일이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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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6일 오전 9시 : 또 다른 집단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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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들이 앞다퉈 속보를 내보냈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은혜의 강 교회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자가 하루새 40명 늘었단 소식이었다. '집단 감염'이었다. 이 시간 기준, 은혜의 강 교회 관련 확진자는 총 46명이라 했다.

이 교회 목사(61)와 아내(61), 신도 3명이 9~15일 사이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어 집단 감염이 생긴 것이다. 원인은 여러가지였다. 개신교계에서 현장 예배를 자제하는 분위기였으나, 이를 듣지 않았다. 강행했다. 그 뿐 아니라 무지에서 비롯된 일도 벌였다. 예배 참석자들 입에, 소금물을, 분무기를 이용해 뿌렸단다.



2. 16일 오전 10시: 소식 전파, 그리고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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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명동 거리./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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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에 사는, 주부 조모씨(68)는 딸에게 이 소식을 들었다. 이어 친구들과 함께 있는 단톡방서 난리가 났다. "확진된 사람 없느냐", "조심해야 한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대화가 이어졌다.

조씨는 사실 집 밖에 안 나간지 한 달 가까이 됐다. 다니던 운동도 끊었고, 친구들과의 모임도 다 중단했다. "나이든 사람에겐 더 위험하다"는 소식에 꼼짝 못했다. 구로 콜센터서 130여명 집단 감염된 걸 본 뒤엔 "역시 안 나가는 게 맞다"고 확신을 가졌었다.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줄어드는 걸 본 뒤, 조씨는 "그래도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잠깐 안심했었다. 지난 주말엔 날도 좋았고, 동네 산책이나 좀 나가볼까도 했었다.

그러다 은혜의 강 교회 집단 감염을 본 뒤 "아뿔싸, 역시 코로나19가 나아지려면 아직 멀었다"며 "집 안에 꼼짝말고 있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



3. 16일 오후 2시: "떡볶이 먹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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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은 불안을 야기하고, 이는 하루하루 버티는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이다. 떡볶이 한 접시(참고사진)./사진=독자 제공



조씨는 서울 광진구에 사는 딸 김모씨(38)에게도 "아름(가명, 7살, 손녀)이 어디 밖에 못 나가게 해라"라고 단단히 일렀다. 육아휴직을 한 김씨는 "안 그래도 어디 못 데리고 나간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 틈틈이 동네 가게 정도는 들렀었다.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들단 걸 알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은혜의 강 교회서, 한 번에 40여명이 감염됐단 소식에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꽤 길어질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지난해 찍은 벚꽃 사진을 SNS에 올리고, 옷장 문을 열어 봄 원피스를 만지작거렸다. 얼마나 갈 지 모른단 소식에 괜스레 무기력해졌다.

그때 김씨의 딸 아름양이, "엄마, 떡볶이 먹고 싶어"라고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단골 가게가 있었다. 은퇴한 노부부가 하는, 밀가루떡이 맛있는 떡볶이였다. 못 간 지 벌써 3주가 넘었다. 김씨는 딸에게 "나가면 위험해, 안 돼"라고 했다. 아직 위험하다고 느꼈다.



4. 16일 저녁 7시: 떡볶이 가게 사장님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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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떡볶이집 사장인 이모씨(66)는 한숨이 깊다. 코로나19가 시작된 뒤, 하루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특히 그는 "가게 앞에 개미 한 마리도 없고, 어쩌다 단골 손님이 보여도 눈도 안 마주치고 지나간다"고 했다. 하루 한 판을 다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매일 나아질 날만 기다리던 이씨는, 그날 오전 수도권서 집단 감염이 또 발생했단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저녁 장사는 역시나였다. 한창 사 먹으러 올 아이들도, 퇴근길 떡볶이를 찾던 직장인들도 가게를 찾지 않았다. 저녁 10시가 다 돼서야 끝내던 장사를, 그날은 저녁 8시에 접었다. 월세는 내야하는데, 앞날이 아득하다.

"아무래도 당분간 쉬어야 될 모양"이라며, 멍한 눈으로 창 밖만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쓸쓸했다. 눈가에 주름이 더 깊게 패였다.


5. 전문가 "시민들, 두 번째 감염 트라우마가 더 깊다…동굴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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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게 물었다. 은혜의 강 교회 같은 '집단 감염' 사례가, 시민들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첫 번째 감염 트라우마보다, 두 번째나 세 번째가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신천지 집단 감염보다 구로 콜센터 감염이, 이어 발생한 은혜의 강 교회 감염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단 얘기다.

이어 임 교수는 "어차피 나갈 사람은 나가지만, 집에 있던 사람은 뉴스에 의해 좌지우지 될 확률이 높다"며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소식이 있으면, 불안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가버리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나아지고 있다고 정부가 발표해도, 이런 감염 때문에 불안한 게 다시 확 올라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역 지침을 어기고, 집단 감염을 자초하는 게, 시민들 불안에 생각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단 것이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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