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 잇따른 내부 국경 통제 속 외부 국경 차단 제안…"유럽 30개국에 적용"
일각선 실질적 효과에 의문 제기…EU 역할 한계·분열 가리려는 "눈속임" 평가도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EU 여행을 30일간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이 전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여행이 적을수록,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더 많이 억제할 수 있다"면서 "그래서 나는 각국 정상과 정부에 EU로의 필수적이지 않은 여행에 대한 일시적인 제한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여행 제한은 초기 30일간 가동돼야 하며, 필요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조치는 고국으로 돌아오는 유럽 시민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장기 EU 거주자, EU 회원국 국민의 가족, 외교관, 의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하는 연구자 등도 면제 대상이라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언급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외신은 EU 집행위가 EU 외부 국경 폐쇄, EU 입국 금지를 제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 EU 관리는 이번 금지 조치는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국과 솅겐 조약에 가입된 4개 비(非)EU 회원국 등 30개 국가를 아우르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솅겐 협정은 유럽의 국경 간 자유 이동 체제로,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22개국을 비롯해 비회원국인 노르웨이, 스위스 등 유럽 26개국이 가입돼 있다. 솅겐 지역에서는 국경 통과 시 여권 검사 등을 생략해 가입국 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 같은 제안은 EU 정상들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설명했다.
EU 정상회의 샤를 미셸 상임의장은 17일 예정된 EU 정상들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화상 회의에서 이 같은 조치를 공식 제안할 계획이며, EU 정상들은 회의에서 이를 논의하게 된다.
이번 제안은 최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EU 회원국들이 단합된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각 회원국이 잇따라 내부 국경 통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EU 집행위는 회원국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일방적인 조치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특히 식품, 의료 장비 등 필수적 물자와 서비스의 이동은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면제 대상이 포함된 EU 집행위의 이번 외부 국경 폐쇄 제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EU 집행위가 현 상황에서 결정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이미 유럽 내에 퍼질 대로 퍼진 상황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내부 국경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EU 회원국간 분열과 EU 역할의 한계를 수습해보려는 정치적 조치라는 시각이다.
EU 한 관리는 로이터에 "우리는 위협은 이미 내부에 있고, 더이상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따라서 이번 제안은 정치적 메시지에 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한 EU 관리는 "EU 집행위는 이번 제안에 합의하게 되면 솅겐 지역 내 국경 제한은 더이상 필요없게 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영국 소재 싱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 찰스 그랜드 소장은 이번 제안을 "회원국들이 서로 국경을 닫은 난처한 상황을 가리기 위한 눈속임"이라면서 이번 조치의 이점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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