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일일 사망자 수 역대 최다 / 스페인 97명·佛 29명·英 14명 / 중국 외 확진자 수 9만명 육박 / 발병 이후 처음으로 中 앞질러 / 佛 지방선거 기권율 56% 달해 / 英 브렉시트 후속 협상도 차질
AP연합뉴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유럽 국가들의 일일 신규 사망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에서 15일(현지시간) 하루에만 368명이 사망해 누적 사망자가 1809명으로 치솟은 가운데 스페인에서 97명, 프랑스에서 29명, 영국에서 14명이 숨을 거뒀다.
유럽이 코로나19의 새로운 거점이 되면서 발원지인 중국의 누적 현황을 중국 밖 지역이 앞지르기 시작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시스템과학공학센터(CSSE)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현재 중국 외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각각 8만8525명, 3300명을 기록해 지난해 말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된 이후 2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중국(확진 8만860명, 사망 3213명)을 추월했다. 최근 중국 외 지역의 누적 추이는 중국에서 정점을 찍었을 때보다 훨씬 더 가파른 양상을 띤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獨, 항공편 운항 감축 15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활주로에 항공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자 루프트한자항공은 항공편 운항을 50% 감축했다. 프랑크푸르트=AP연합뉴스 |
유럽 각국에서 휴교, 외출제한, 상점·술집 폐쇄, 집회 금지 등 ‘극약 처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독일도 16일 오전부터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덴마크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가 이탈리아와의 국경을 사실상 폐쇄한 데 이어 유럽연합(EU) 맹주국 독일조차 유럽의 ‘자유로운 이동’ 원칙을 제한하고 나선 것이다. 독일은 이들 국가를 오가는 통근자와 물자, 자국민에만 별도 허가 없는 입국을 허용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주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방안에 합의했다. 포르투갈도 스페인과의 국경을 단속하기로 했다.
EU는 회원국들에게 ‘신속하게 조율된 대응’과 ‘공동의 자원’을 통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맞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EU 행정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산소호흡기, 진단 키트, 마스크 등은 회원국 각자가 생산·공급하기보다 EU 차원에서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물자는 EU 밖으로의 수출도 엄격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의 문 닫은 상점들 옆으로 15일(현지시간) 한 행인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코로나19는 유럽 각국의 정치 일정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프랑스는 15일 전국 3만5000개 코뮌(지방행정단위) 수장과 각 지역의회 의원들을 뽑기 위한 지방선거를 실시했으나 기권율이 56%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4년 지방선거 때보다 기권율이 20%포인트가량 상승한 것으로, 노년층 유권자들이 코로나19 우려로 대거 투표에 불참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투표 참여가 지극히 저조해짐에 따라 2차 투표가 22일 예정대로 실시될지도 불투명해졌다. 프랑스 정부는 17일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2차 투표 연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미국 CNN방송은 15일 코로나19로 가장 난처한 위치에 처하게 된 국가 정상으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꼽았다. 지난 1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단행한 영국은 올해 말까지 EU와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오는 18∼20일 런던에서 예정됐던 2차 협상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소되는 등 여건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CNN은 “2차 협상 취소로 영·EU가 무역 등과 관련한 아무런 공식 협정 없이 브렉시트 전환기를 끝낼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특히 EU 측은 “(협상)연장 요청은 영국이 해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며 느긋한 태도인 반면, 영국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연장 신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존슨 총리의 호언장담을 뒤집어야 하는 처지다. 화장지 재료의 60%를 EU에서 수입하는 영국 내에서는 벌써부터 ‘휴지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데, 양측이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채 결별하면 영국 내 상품 공급체계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분석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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