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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5〉AT&T, 미디어 왕국을 향한 갈지자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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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AT&T의 3월 'AT&T TV' 출시 발표는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그 변화에 대한 미디어사업자 대응을 함축해서 보여 준다. AT&T는 자사 인터넷(IP)TV인 U버스TV가 성공하지 못하자 2015년 50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2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다이렉TV를 인수했다.

다이렉TV 인수 이후 가입자 이탈 방지를 위해 다이렉TV 나우라는 소수 채널의 저가 가상다채널유료방송(vMVPD)을 출시했다. mMVPD는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방송채널을 제공하는 사업자다.

이제 다시 방송을 인터넷으로 스트리밍하는 AT&T TV를 출시하는 것이다. AT&T는 U버스TV(IPTV), 다이렉TV(위성), AT&T 나우(다이렉TV 나우·vMVPD), AT&T TV(MVPD) 등 4종류의 방송을 서비스하게 된다.

지난해 콘텐츠 확보를 위해 타임워너 인수에 약 90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HBO 맥스도 곧이어 출시할 계획이다. AT&T TV는 2년 약정에 수백개의 라이브 채널과 디지털영상저장재생장치(DVR), 4만편의 주문형비디오(VoD)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유료방송과 차이가 없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단지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안드로이드 셋톱박스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 다양한 구글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이 때문에 가격이나 서비스 측면에서도 기존 가입자 해지 방어에는 역부족이다. 시청자 코드커팅 등 근원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대부분 기사는 AT&T TV 출시는 DirecTV 단계적 철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고 결국 DirecTV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AT&T는 왜 갈지자(―之字)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인가?

이 같은 움직임과 별도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미국 유료방송에서 포착되고 있다. 중소 케이블TV와 통신사가 기존 방송 서비스를 포기하고 스트리밍으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로 대체하는 것이다.

캔자스주 소재 레인보라는 케이블TV는 오는 7월부터 케이블TV를 중단한다. 시청자에겐 다양한 OTT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라고 안내했다. 지난 2016년 11조원을 넘게 투자해 미국 3개 주에서 버라이즌 IPTV 서비스 'FiOS TV'를 인수한 프런티어통신도 방송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 대신 인터넷 가입자에게 라이브채널을 제공하는 vMVPD를 대체 제공한다.

케이블TV 와우!도 가입자의 지속 이탈로 어려움을 겪자 케이블TV를 중단하고 인터넷 가입자에게 vMVPD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결정했다.

도대체 왜 이런 변화가 일고 있는가.

한 전문가는 “랜들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가 다이렉TV를 인수할 즈음에 향후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렇게 대세가 될 것을 예견했다면 인수했을까? 그 대답은 '아니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몇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의 변화인 것이다. 예견 능력이 아니라 변화 속도가 문제라는 의미다. 이런 변화의 속도를 어떻게 견뎌 낼 것인지가 사업자에게 주어진 숙제다.

미디어 산업 자체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사업자 대응은 제도나 규제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 어떻게 기존 방송사업자가 방송 서비스를 중단, 포기할 수 있겠는가. 바로 이 점이 지금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제도 개선이나 방송 체계 개편 논의 시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까닭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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