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투표 용지. [뉴스1] |
13일 비례 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한 더불어민주당이 후속 실무 논의에 들어갔다. 민주당이 연합정당 추진을 위해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는 투표용지 상위를 차지하기 위한 '의원 당적이동'이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으면 '3번 민생당'(18석), '4번 정의당'(6석), '5번 미래한국당'(5석) 순으로 투표용지에 표기된다. 만약 연합정당이 현역 의원 없이 총선을 치르면 국민의당(2석), 자유공화당(2석), 민중당(1석), 친박신당(1석)에 이어 기호 10번 이후 나머지 정당 중 가나다 순에 따라 자리하게 된다. 유권자 눈에 띄기 힘든 위치다 보니 당내에선 "투표지 상단, 적어도 미래한국당보단 위에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계열의 '의원 이적'은 2000년에도 있었다.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1997년 대선에서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를 통해 공동정권을 창출했지만 2000년 16대 총선에서 17석에 그치면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했다. 새천년민주당은 연정을 주장하며 2000년 말 민주당 소속 송석찬 전 의원 등 4명을 자민련에 입당시키는 '의원 꿔주기'로 자민련이 교섭단체를 꾸리도록 했다. 당시 송 의원이 "여당으로 한 마리 연어가 되어 돌아오겠다"고 한 말이 화제가 됐다.
━
"연합정당 찬성하지만 안 간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주당 일각에선 4·15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이적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기도 한다. 비례정당 열린민주당을 창당한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경선에서 떨어진 분들, 이석현(6선)·이종걸(5선) 의원과 같은 분들이 '지금까지 당의 많은 혜택을 받았으니 당이 하지 못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을 하겠다'면서 거기(비례정당)에 입당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석현 의원은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연합정당의 정당 앞번호를 받기 위해 의원을 빌려주는 차원에서 다녀오라고 하면 나는 안 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저는 민주당 터줏대감인데 그런 편법까지 할 거면 미래한국당과 같은 독자 창당이 차라리 낫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이종걸 의원도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선 민주당에서 할 일이 더 있을 거 같다"며 "좀 더 새롭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분들이 연합정당으로 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경선탈락·컷오프 의원들 "관심 없다"
민주당에서 컷오프 또는 경선탈락이 확정된 의원들은 대체로 연합정당으로의 당적 이동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반응이 많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당 지도부에 앙금이 남아선지 "당의 요청이 있더라도 이적은 없다"며 강하게 선을 긋는 경우가 많았다. 경선에서 탈락한 한 다선 의원은 "당의 요청이 있더라도 전혀 갈 의향이 없다"고 했고,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배제된 한 의원도 "연합정당엔 찬성하지만 나보고 가라고 하면 절대 갈 일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 민주당 의원도 "연합정당 같은 방식이 정치권에서 필요한지 저는 여전히 의문인데 내가 어떻게 연합정당으로 갈 수 있겠나"라며 "정치경력에 오점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일부는 “당 요청 있으면 고민”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비례정당 '열린민주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된 손혜원 의원(오른쪽)과 정봉주 전 의원이 토크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반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당 요청에 따라 상황을 보겠다는 대답을 내놨다. 명분과 실리만 충분하다면 이적 요청에 응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연합정당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당을 위해서 다녀와달라'고 요구한다면 고민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지금은 일단 가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이 어느 정도로 요구할지는 봐야할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 관계자는 "자발적인 이적이라는 형태로 진행되겠지만 물밑에선 치열한 설득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