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팬데믹 선포날 “30일간 차단”
“한국·중국은 상황 보며 재평가”
미 국무부는 또 국민에게 전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여행을 자제하라는 여행권고 3단계 ‘여행 재고’를 발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긴급 담화에서 “새로운 (감염) 사례가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앞으로 30일 동안 유럽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모든 여행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유럽 차단’ 조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당일 내려졌다. 단, 이번 금지 조치는 유럽에서 귀국하는 미국인과 이들의 가족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무역 및 화물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관련해선 “우리는 중국과 한국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 상황이 개선되는 것에 따라 현재 시행 중인 (여행) 제한 사항과 경보를 조기 해제할 가능성을 놓고 재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탑승 전 발열 검사 등을 하는) 한국식 모델이 미국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유럽 한 달 700만 명 발 묶여 … 트럼프 “코로나 중국서 시작” 못박아
미 국무부는 현재 한국에 대해선 3단계 ‘여행 재고’를, 대구엔 최고 단계인 4단계 ‘여행 금지’를 내린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담화를 시작하면서 “중국에서 시작됐고, 이제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고 코로나19 발생을 규정했다. 그는 담화 중간엔 “해외 바이러스”라고 콕 집어 말했다. 미국 내 바이러스 확산의 1차적 책임은 미국 바깥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발 입국 금지를 취한 배경을 놓고 “유럽연합은 미국이 초기에 취한 것과 같은 사전조치나 중국에서의 여행 제한을 취하는 데 실패했다”며 “그 결과 미국 내 많은 집단 발병지가 유럽으로부터의 여행객들에게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이날 확진자가 1200명을 넘겼다. 수도인 워싱턴DC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상대로 단행한 초유의 ‘코로나 장벽’은 지구촌 항공·선박·숙박·여행업계에 대형 충격파를 예고하고 있다. 북대서양 하늘길, 바닷길이 서구 경제와 인적 교류의 전통적 통로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대륙을 오가는 여행객만 연간 8810만 명 규모다. 한달 평균 700만 명의 발이 묶이는 셈이다. 미 상무부 국립여행관광청(NTTO)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입국한 유럽 국적자는 1570만 명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캐나다(2070만 명)·멕시코(1810만 명)를 제외하면 유럽이 가장 많다. 동시에 유럽은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다. 미 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7월~2019년 6월까지 1년간 미국인 7240만 명이 유럽을 방문했다. 국무부가 이날 그간 특정 국가에만 발령했던 3단계 ‘여행 재고’를 전 세계로 확대한 것도 국제사회 전반의 인적 교류 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느끼는 코로나19의 위기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재선 캠페인을 벌여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발병 이후 처음으로 대중 집회를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4세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주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하는 고령자에 속한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는 15일부터 프랑스·독일·스페인·영국·네덜란드 5개국에서 들어오는 여행자에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5개국에서의 입국자는 내국인·외국인 구별 없이 1대1로 발열검사를 받고 건강상태질문서를 내야 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서유진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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