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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르포]계산기에 찍힌 '17'…갤럭시S20 보조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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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상가 북적

기기 반납 조건 중고보상이나 2년 뒤 신도림 재구매 조건 가입 유도

갤럭시S20 신도림 재구매 조건으로 35~40만원대에 판매 중

'24개월 이후 할부금 면제는 불법, 소비자 책임' 안내문 있으나마나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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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17'. 갤럭시S20 구매를 위해 지난 7일 방문한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갤럭시S20는 얼마냐"고 묻자 A대리점 직원이 계산기에 찍어 보여준 숫자다. 17만원이라는 의미다. '그렇게 싸냐'는 표정을 짓자 직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2년 뒤에 사용하던 기기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갤럭시S20를 구입하면 50%를 지원해드립니다."


근처 대리점에서는 또 다른 숫자가 튀어나왔다. '35'. 조건은 다르다. 기기 구입 후 3년 내 새 기기로 바꿀 때 집단상가에서 재구매하면 된다는 것. 대리점 직원은 "2년 후 재구매 조건으로 대리점에서 출고가의 3분의 1을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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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과 손님들로 북적였다. 방문객들은 상담 손님이 많은 대리점을 찾느라 두리번거렸고 대리점 직원들은 손님들을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갤S20가 17만원? 호객 행위 주의해야

일부 대리점들은 갤럭시S20를 17만~19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솔깃한 내용이지만 중고 보상 프로그램에 가입했을 때 출고가를 50%까지 할인해주는 이통사 상품을 권하는 것이다. 2년 후 새 기기로 변경할 때 사용하던 기기를 최대 50%까지 보상해주는 프로그램은 이통사별로 제공된다. 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당장은 기기값 부담이 적지만 2년 뒤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출고가의 50%까지 보상받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


대리점들은 상담 과정에서 이 내용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있다. 대리점 직원은 "지금은 출시 초기라서 통신사 프로모션이 중고 보상 외에는 없다. 2년만 쓰고 반납만 하면 된다. 기계 파손이나 분실이 우려되면 보험에 가입하면 되지 않느냐"며 구매를 종용했다.



대리점들은 집단상가 재구매 조건으로 갤럭시S20를 35만~4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점 직원은 "집단상가가 통신사와 제휴를 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며 "2년 뒤 다른 대리점에서 구매할 경우 '할인 반환금'을 내야 할 수도 있으니 꼭 신도림으로 내방해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다. 2년 뒤 같은 매장에서 구입하려 해도 해당 매장이 사라지면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대리점 직원은 "사장이 바뀌거나 가게가 사라지면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2년 뒤 대리점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털어놨다.

짠물 보조금 탓에 경쟁 치열

지원금을 가장한 대리점들의 과열 마케팅은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요금 체계나 할인 혜택이 복잡해지면서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들의 경우 호객행위에 더 쉽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간판이 없는 오피스텔이나 판매점 등이 은밀하게 위치를 알려주고 캐시백 혜택으로 보조금을 푸는 경우도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갤럭시S20의 '짠물 지원금' 영향이 크다. 이통3사가 책정한 갤럭시S20 지원금은 최대 ▲SKT 17만원 ▲KT 24만3000원 ▲LG유플러스 20만2000원이다. 지난해 3월 출시된 갤럭시S10 공시지원금이 47만5000~54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에는 5G 신규 가입자 유치 경쟁 탓에 지원금이 치솟았으나 올해는 이통사들이 손실 규모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2년 후 할부금 면제 조건은 근거가 없는 행위이며, 실제 계약 이행 여부를 그 시점에서야 확인할 수 있어 사기 판매에 속하는 유형이라고 안내하고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다"며 "이렇게 개통했더라도 개통철회가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소비자들이 무작정 믿고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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