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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폭락한 국제 유가…DLS 또 원금 손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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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종합)]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파생상품 손실 위험으로까지 번졌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 유가가 하루 만에 30% 가량 폭락했는데,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파생결합증권)도 원금 손실 위험성이 높아졌다. ‘원금 100%’ 손실이 발생했던 독일 금리 연계 DLS 사태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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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원유시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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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침체+오펙 플러스 감산 실패…국제유가 30달러선 붕괴



9일 오후 5시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야간장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0.78달러(26.1%) 하락한 30.5달러에 거래 중이다. 이날 장 중 한때 27.34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5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0.8달러(23.9%) 떨어진 34.4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 역시 2016년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날 국제 유가가 급락한 것은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오펙 플러스)에서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한 이후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최근 국제 유가는 중국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급락세가 지속 중이었다. 특히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에서의 감염자 확산으로 에너지 수요 감소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후 글로벌 판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 하락속도는 더 빨라졌다.

이에 주요 산유국들도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감산을 논의 중이었는데, 러시아가 감산 조치에 동의하지 않자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는 4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기존 일 평균 97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유가 ‘치킨게임’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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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연계 DLS 손실 구간 진입…만기때 대량 손실 가능성



국제 유가의 폭락으로 국내에서는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상당수가 대규모 손실 위기에 놓였다. DLS는 주가지수, 원자재, 금리, 신용, 주식 등 다양한 자산 가격과 연동해 일정 기간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가격 범위 안에 있으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주식보다 손실 위험이 비교적 적으면서 연 5% 이상 수익을 보장해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모은다.

통상 DLS는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가격의 70~80% 이상이면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녹인(knock-in, 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하면 만기 때 최종 가격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녹인 수준은 최초가격의 40~50%다.

지난해 7월까지 국제 유가를 기초로 발행된 DLS는 대부분 6개월 뒤인 지난달 조기상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아직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지난해 8월 이후 발행된 DLS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제 유가는 WTI가 53~60달러, 브렌트유가 58~68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다. 녹인 레벨 50%를 적용할 때 손실이 적용되는 가격은 WTI 26~30달러, 브렌드유 29~34달러선이다.

이날 원유 선물 야간장 가격이 급락하면서 정규장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DLS의 기초자산 가격은 정규장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정규장 가격도 30달러선을 밑돌면 일부 상품에서 녹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WTI를 기초로 한 DLS 미상환 잔액은 6437억원, 브렌트유를 기초로 한 미상환 잔액은 4202억원에 달한다. 보통 두 지수를 모두 기초로 하는 DLS가 많아 상당수는 중복 집계된 금액이지만 최소 6000억원 이상은 유가 급락으로 인한 손실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100% 손실이 발생한 독일 금리 연계 DLS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가가 반등해 조기상환일 중 어느 한 날이라도 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원금 손실 없이 무사히 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문제는 조기상환 조건을 한 번도 충족하지 못하고 만기 때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다. 이 경우 최종 수익률은 최초 기준가격 대비 만기일 기초자산 가격으로 결정된다. 즉 만기일에 국제 유가가 상품 출시일 보다 50% 떨어졌다면 수익률은 -50%가 되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앞으로 국제 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의 판데믹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OPEC의 감산도 종료되며 유가 하단 지지 요인이 소멸됐다”며 “당분간 유가의 하방 압력이 우세해 상반기 중 WTI 가격 범위는 배럴당 25~60달러로 하향 조정한다”고 분석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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