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손 놓고 욕먹느니 오버가 낫다"
여당내에서도 "이건 찬성하기 어렵다"
자민당 간부 "아베가 너무 초조하다"
"한국 배려할 필요 없어"가 이유인 듯
가토 후생노동상 "강제성 없다"불끄기
"일본 가라앉을 것" 여행업계는 곡소리
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한국·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한 2주 대기 요청,비자 효력 정지 등의 방침을 밝히기 전 정부로부터 사전 설명을 들은 여당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이 6일 보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저녁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한국과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한 대기 요청 등의 방침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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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는 "한국은 지금까지 일본에서의 입국자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지 않았다.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고 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간부도 이번 조치에 대해 "아베 총리가 초조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과 관련된 갈팡질팡 초기 대응으로 지지율 폭락을 경험한 아베 총리가 뒤늦게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 정치적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실제로 아베 총리도 주변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비판만 당한다. 과도한 편이 낫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다 욕을 먹느니 차라리 오버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일본내에선 이번 조치에 대한 비판이 끓어오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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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말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전면적인 입국 제한을 했을 때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일 때문에 눈치를 보더니 왜 이제와서 갑작스러운 조치를 취했냐는 것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정부의 감염대책이 미즈기와(水際·외부로부터의 차단)대책에서 중증자 조기 치료와 집단 감염 방지쪽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나오자 정부안팎에 동요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미즈기와 대책이 뚫려 국내 2차 감염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책의 실효성보다 ‘강한 메시지’ 그 자체를 위한 우선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TV아사히에선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해 ‘일본이 강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퍼포먼스"라는 혹평이 나왔다.
6일 오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정례브리핑에서도 "이번 조치가 과연 어느정도의 효과가 있느냐","중국에 대해선 왜 이제 와서 조치를 취했느냐","법적인 근거가 뭐냐"는 질문이 차례차례 쏟아졌다.
이에 스가 장관은 "신종 코로나의 확산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감염자 수 등 각종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것"이란 답변을 되풀이하며 진땀을 흘렸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후생노동상 [사진=지지통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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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후생노동상이 기자회견에서 "입국자 2주간 대기 요청은 어디까지나 요청이다", "외국인들은 머무는 호텔에서 대기하면 된다"며 강제성을 부인한 것은 국내의 부정적 여론과 한국 등의 강한 반발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의 법적 근거 조차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의 입국자들을 격리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선 대항조치를 취했다고 치더라도 왜 한국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그래서 “시 주석의 방일이 연기되면서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고, ‘한국과는 어차피 관계가 안 좋은 만큼 이런 상황에서 배려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관저 내 의견이 정리됐다”는 도쿄 외교가의 설명이 더 설득력을 더 얻고 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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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내 관광·유통·항공업계엔 비상이 결렸다.
지난해 중국(959만명)과 한국(558만명)에서 온 관광객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7.6%를 차지한다.
두 나라 관광객이 쓴 소비액(2조1927억엔)은 전체의 45.5%다.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인 관광객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마저 끊길 경우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각료를 지낸 한 정치인은 아사히 신문에 "중국과 거래를 하는 일본 중소기업들이 입을 피해는 측정조차 어렵다. 일본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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