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원칙' 표명 가능성…정부 '운신의 폭 넓히기' 탄력 기대
전문가 "방역협력·개별관광 중심 남북협력구상 활로 예상"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만남 남북정상 |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홍유담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뜻밖의' 친서를 보내옴에 따라 꽉 막혀있던 남북관계에도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이번 친서가 어려운 국면에서 상황을 관리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정부 내에서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새해 남북협력 구상에도 서서히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앞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의지를 담은 친서를 보낸 것은
2018년 12월 30일 한반도 평화 의지를 담은 이른바 '세밑 친서'를 발송한 지 1년 3개월여 만이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나고 남북관계도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두 정상 간의 긴밀한 접촉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회동이 열리고, 같은 해 10월 30일 김 위원장이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대화 재개의 모멘텀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이뤄진 두 정상 간의 '친서 소통'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이런 맥락 때문이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CG) |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번 친서를 통해 남북 간 상호 존중과 대화 재개의 기본원칙을 다시 한번 명확히 표명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작년 4월 이후 계속해서 한국을 배제해왔다. (이번 친서 교환이) 남북관계에서는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궤도를 이탈하고 그 충격파로 남북관계마저 어긋나자 2020년 대북정책을 남북 간의 '운신의 폭' 넓히기, 즉 독자적인 협력 공간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가 올해 주요사업으로 대북 개별관광을 비롯해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남북 철도 협력 연결' 등을 선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는 남북 간 보건·방역 협력이 최우선적인 협력사업으로 부각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 확인은 통미봉남(通美封南)에서 통남통미로의 전략적 전환을 엿볼 수 있다"며 "아마도 4월 중순경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정상화와 문 대통령이 제안한 보건, 접경, 개별관광 등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남북대화가 복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보건·방역 협력관련 당국 간 대화가 성사될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 전국에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강화 |
그러나 정부는 '좋은 징조'라고 반기하면서도 아직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지금 단계에서 '김정은 친서'를 바로 남북관계 청신호로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하다. 사안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김여정 담화'를 통해 청와대를 비난한 직후 '김정은 친서'를 보낸 데 대해서는 "'김여정 담화'는 대통령과 청와대를 분리했다. (남북관계와) 군사 문제는 별개로 본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남북관계에 다시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나선 것은 코로나19 등에 따른 북한 내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방역 물품 수급 등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코로나19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국경을 폐쇄해 국제사회와 단절을 선택한 만큼 남북관계가 복원 수순에 들어가더라도 확산일로의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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