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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세계 중앙은행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이후 고민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거세졌기 때문인데, Fed처럼 금리인하 카드를 사용하기엔 '실탄'이 부족한데다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중앙은행은 이날 1.75%였던 기준금리를 0.5%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파격 인하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캐나다중앙은행은 "코로나19가 캐나다와 글로벌 경제전망에 실질적으로 부정적인 충격을 가하고 있다"면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물가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통화정책 조정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신중론' 나오지만…시장선 인하 전망 =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들은 지난 3일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정책 수단을 다 동원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할 정책이 많지는 않다. 금리 인하의 효과가 시장에 미치기까지 1년 이상의 시일이 걸리고 공급망 타격, 소비 심리 악화라는 현 문제점을 금리 인하만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영국중앙은행(BOE)은 금리 인하 조치에 부정적이다. 오는 16일 BOE총재로 취임하는 앤드류 베일리 영국 금융행위감독청장(FCA)은 이날 의회 재무위원회에 출석해 "현 시점에서 우리는 금리를 낮춰야 할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경제적 타격이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보다 공급망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기대하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라면서 중소기업 지원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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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럽과 일본의 경우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금리 인하 여력이 거의 없다. 실제 로버트 홀츠먼, 피터 카지미르 ECB 위원들은 잇따라 즉각적인 대응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한 소식통도 외신에 "시장과 언론, Fed의 금리 인하가 우리에게 행동하라는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긴급 대책을 내놓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버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확실치 않다. 아무도 실제 타격에 대해 모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들이 결국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코로나19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작년 수준(2.9%)을 밑돌 것이라고 말하는 등 실질적인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조처를 내놔야한다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12일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된 ECB가 정책금리 중 하나인 예금금리를 -0.50%에서 -0.60%로 인하할 것이라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회의까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남은 만큼 임시 회의를 통해 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HSBC와 노무라는 BOE가 긴급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베일리 총재가 취임한 뒤 열리는 26일 첫 통화정책위원회 전에 금리 인하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노무라는 이번주 중 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경우 이달 말 회의에서 경기 둔화를 막는 데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봤다.
◆ '실기론 나올까' 압박…금리 인하 외 다른 방안 모색=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 외에 다른 방안을 추가로 살펴보고 있다.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로 경기 침체에 빠질 경우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고, Fed가 깜짝 금리 인하를 하면서 이를 보고 미리 대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기'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의 금리 인하로 ECB가 부양책을 선보여야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취임 후 첫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실물경제에 대출을 더 많이 하는 은행에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해주는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추가 시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타깃을 명확히 해 필요한 부분에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란 관측이다. 자산매입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ECB는 재정 정책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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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은 우선 지난 2~3일 공개시작조작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4년 만에 실시한 공개시장조작이었지만 예정금액(5000억엔)의 30%만 낙찰됐다. 당장 일본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조달해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는 의미로, BOJ에서는 금융시장에 문제가 있을 경우 직접 나설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금융발 충격이 실물경제에 이르렀던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확대를 통한 경제 타격이 금융시장을 흔드는 이번은 금융정책의 효과가 다르다"면서 "마이너스 금리 등 대규모 완화정책이 장기화하고 있는 현재 BOJ에는 카드가 얼마 남지 않았다. 대응 난이도는 (2008년보다) 오히려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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