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1분기 추경에도 코로나 파급 감안 ‘2차 추경’ 주문
면세점·영화 관람 급감 …서비스업 ‘소비 사라지는 효과’ 더 위축
기준금리 0.75~1%로 인하 여력 제한적 ‘적극 재정 정책’ 힘 실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1분기에 추경을 편성한 사례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과 199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등 세 차례뿐이다. 이번 추경은 급박하게 편성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경 논의를 시작한 것이 지난달 23일이다. 다음날 정부는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고, 이후 불과 9일 만에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쳤다.
정부가 속전속결로 추경을 편성한 이유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실물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면세점 매출과 영화 관람객은 지난달 3주차에 접어들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4%, 57.0%나 감소했다. 항공기 탑승객도 84.4%나 줄어들었다.
문제는 자동차나 가전제품과 같은 내구재는 소비 시점이 미뤄지는 데 그치지만 영화 관람, 외식 등 서비스업은 소비 자체가 사라지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는 몇 달 뒤에 살 수도 있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매출이 나중에라도 늘어나게 된다”며 “그러나 필라테스 강사나 외식업 종사자는 이달 매출이 줄게 되면 다음달에는 감소했던 매출만큼 늘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했지만 미국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미국 국채금리(10년물)는 장중 사상 처음으로 1%를 하회하는 등 위험회피 심리는 확대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늘고 한국과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어 외환시장의 부담도 덜게 됐다”면서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준이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아닌 자리에서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그만큼 실물경기가 안 좋다는 의구심은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추경 편성에 그치지 않고 추가 경기부양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센터장은 “금액만 놓고 보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추경 규모와 비슷한데 코로나19의 전파 속도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며 “향후 경기흐름을 보고 2차 추경 편성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하한선(실효하한 금리)이 0.75~1.0%로 평가되는 점도 2차 추경 등 ‘재정 역할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은 전격적으로 0.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한국은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하 교수는 “실효하한 금리를 1%로 본다면 앞으로 한 차례만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며 “금리를 더 내리더라도 가계부채가 늘어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돼 오히려 소비를 옥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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