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오른쪽),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본부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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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진보진영이 연합한 별도 비례정당에 합류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아예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방안까지 제시됐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국회에서 "미래통합당과 같은 방식으로 (비례정당을 자체 창당)하는 것은 내부에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부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외부 제안은 면밀히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외부 제안이란 주권자전국회의 등 진보진영 원로 인사가 주축인 비례대표용 '연합당' 창당에 민주당이 합류해 달라는 내용이다. 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등 진보진영이 연합 정당을 창당하고, 여기에 각 당 비례후보를 '파견'해 총선을 치르자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머지않은 시점에 윤곽이 나와야 한다. 의원총회도 하고 최고위원회에서도 논의할 것"이라며 "작은 정당들이 (연대를) 해보자고 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례정당과 관련해 말을 아끼던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이를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은 시민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충분히 명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군소 정당의 원내 진출을 원활하게 해 국회의 다양성을 높인다는 취지인 만큼 원외 소수 정당이나 시민사회세력과 연대하면 그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최재성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아예 비례후보를 내지 말자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단 한 명도 내지 말아야 한다. 단 한 명도 내지 않을 테니 민심을 왜곡하는 미래한국당을 찍지 말아달라고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비례정당은 민주당이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로 민주당은 지역구에만 충실하는 것이 맞는다"며 "민주당 비례공천관리위원회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체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진보진영 '비례연합당'을 통해 이번 총선에 나서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당초 비례정당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고민의 여지가 있고, 검토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구성원이 나가서 새로운 비례정당을 만드는 건 '꼼수에 꼼수로 대항하느냐'는 비판을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에 주저했는데, 당 구성원이 아닌 분들 제안이고, 이번에 통과된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에도 맞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의당과 민생당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민주당을 거세게 비판하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창당 과정에서 의원 꿔주기 등 꼼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중도층이 이탈할 것"이라며 "오히려 진보개혁 전체 의석수를 줄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형구 민생당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비례 몇 석을 얻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울 것"이라며 "진보세력 연합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 떠오르고 있는데 듣기 좋은 말장난일 뿐 꼼수는 그냥 꼼수"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례정당을 별도로 만들지 말고 통합당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명분론'과 비례정당을 만들어 보수통합당에 맞서야 한다는 '실리론'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통합당이 비례정당을 앞세워 21대 국회에서 다수당에 등극하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면서 비례정당에 맞설 대책을 어떤 식으로든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에게 조사한 결과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5.3%, 미래한국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0.0%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비례대표 정당 투표율이 팽팽하게 나오면서 민주당 지도부도 당초 방침과 달리 비례정당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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