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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아닌 지방정부가 한 일”
중국, 사드 보복 때 방식…한국 동조
“중국 입장 대변하나” 비판 나와
강경화, 왕이 통화 “입국제한 유감”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한국발 입국자들을 격리하기 시작한 24일 이후 파악된 청와대 내부의 인식은 ▶중국 중앙 정부 차원의 한국인 입국 제한은 없다 ▶중국 지방 정부가 알아서 취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등으로 정리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25일 “중국이 공식적으로 어느 지역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을 격리하겠다고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각지에서 한국인 입국 시 피해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이는 안일한 인식을 넘어 중국 입장을 대변해주는 듯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한국인 격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찾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는 “‘중국 정부’는 한국 국민에 대해 제한조치를 하지 않았다. 일부 ‘지방 정부’에서 하는 조치는 한국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양해해달라고 했다. 중국 당국에 의해 한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중 정부 입장이 같은 기묘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국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무리라고 지적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중국 당국이 방역에 열을 올리니 지방 정부 간에 경쟁이 붙은 측면도 있겠지만, 사실 중앙 정부의 의지가 충분히 전달된 결과로 보는 게 적절하다. 한국이 중국인 입국 금지나 여행경보 상향 조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도 공식적으로 한국인을 제한하기는 부담스럽고, 원하는 바를 사실상 지방 정부에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입국 제한은 주권 사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중앙 정부의 관여가 없다고 보긴 무리라는 것이다.
한국에 피해를 주면서도 ‘공식화’는 피하는 중국의 이런 교묘한 방식은 처음이 아니다.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 때도 딱 이랬다.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내줘 보복의 타깃이 됐던 롯데마트만 하더라도 영업 정지의 이유는 소방법과 위생법 위반이었다. 한국인에 대한 상용비자 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바꾸고서도 중국은 그간 ‘편법’으로 이뤄졌던 특혜적 절차를 법에 따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했지 사드의 사 자도 꺼내지 않았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급감에 대해선 중국 인민이 자발적으로 한국에 가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교묘한 방식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결국은 중국 중앙 정부를 상대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카드가 마땅치 않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발 입국자를 막는 것은 이미 실기한 측면이 있어 이제 와 강한 카드가 되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고위급에서 중국에 ‘억울한 한국인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영국 출장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 밤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통화해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유감을 표했다.
필요하다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양제츠(楊洁篪)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에 직접 항의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라도 중국을 향한 ‘외교의 품격’을 찾는 게 국민 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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