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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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 후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상황을 설명했다.
에스퍼 장관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연합연습 취소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우려로 연합지휘소 훈련을 축소하는 것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 역시 “내가 미국에 와 있어서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박 합참의장이 이 부분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향후 연습 진행과 관련해 어떻게 할지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연합연습은 병력이 실제 기동하지 않는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이른바 지휘소연습(CPX) 형식의 ‘워 게임’ 개념으로 오는 3월 9일부터 2주간 진행될 계획이었다.
이는 군대 내까지 침투한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데 양국 군 당국이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다. 당초 한·미는 2월 초까지만 해도 상반기 연합연습을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이후 한국군은 물론 주한미군 내부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군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자 조정을 검토하게 됐다.
미측이 비교적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한 공간에 한·미 군 관계자가 대거 모여야 하는 CPX의 특성상 집단 감염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미 연합연습이 열리면 한·미 연합사 지휘부 등 군 관계자들은 경기 성남에 위치한 벙커 CP 탱고에서 훈련을 이끄는데, 최대 약 3만3000㎡(1만 평)에 달하는 이곳에 집결하는 연합사 인원은 증원 병력을 포함해 약 500명 정도다.
군 당국자는 “우리도 이 같은 위험성에 대체로 동의했다”면서도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검증 일정상 연합연습을 기약 없이 연기하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CPX가 시기를 놓치면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완료하는 데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평가 일정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연합연습 축소를) 심사숙고하면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결과적으로 이번 축소 검토 결정은 연합연습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내려진 일종의 절충안이다.
한미 연합훈련 실시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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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연습이 축소되면 우선적으로 미 증원 병력의 규모가 줄어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 본토의 예비군 등을 포함해 기존 100~200명 정도 규모로 파견되는 병력을 수십명 단위로 대폭 줄여 만에 하나 있을 집단감염 사태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양국이 단독으로 훈련하면서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데이터 링크 시스템이나 지휘통제체계(C4I)를 통해 합동 훈련의 효과를 내는 방안도 있다. 2018년과 2019년 비질런트 에이스로 불리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에서 이미 활용된 선례도 있다. 당시 한·미 공군 전투기는 서로 다른 공역에서 비행했지만,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통해 연합훈련을 하는 것처럼 상황이 진행됐다. 군 당국자는 “기술의 힘을 빌려 형식은 독자 훈련이지만, 실질적인 연합훈련이 얼마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군 내부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지금보다 급증할 경우 연합훈련을 아예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 24일 부대 내에서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신종 코로나 확산세를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게 됐다.
한편, 이번 회담에선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놓고 한·미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에스퍼 장관은 "증액은 미국에 있어 최우선 과제"라며 “한국은 방위비를 더 분담할 능력이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정 장관은 “에스퍼 장관과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수준에서 협상이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속히 타결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면서도 “다만 우리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외 다양한 형태의 직·간접 지원을 통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기여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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