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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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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총선 50여일 남았는데 '이합집산-선거구 미확정' 기막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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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국회의원 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정치판에서는 아직도 현기증 나는 이합집산이 계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합쳐 '핑크빛' 미래통합당으로 변신한 데 이어 24일에는 호남에 기반을 둔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합당 절차를 마무리하고 신장개업을 한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와 자유통일당 김문수 대표도 같은 날 합당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25일에는 우리공화당에서 제명된 홍문종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을 앞세운 '친박신당'을 창당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념과 지역, 정치적 아이콘을 중심으로 정당들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모이기를 거듭하며 천변만화 중이다. 정당조직의 요란한 합종연횡뿐 아니라 정치인 개인들이 당을 옮기는 선거판 스토브리그도 한창이다.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였던 김중로, 이동섭 의원은 미래통합당으로 적을 옮겼다. 가치와 지향의 결이 사뭇 달랐던 것 같았는데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견제한다'는 한마디 말로 신통하게도 그 갭을 메웠다.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고 하지만, 손바닥 뒤집듯 쉽게 금배지 획득 가능성과 정치적 신의를 맞바꾸는 몰가치적 합종연횡이 초래할 정치 허무주의 내지 냉소주의가 우려된다.

선거구 획정의 현주소도 가관이다. 당장 50여일 뒤면 선거가 치러지는데 일부 선거구는 아직 정확한 지형이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비유하자면 선거의 플레이어는 자신이 운동장을 어디까지 써야 하는지 모르는 셈이고, 일부 유권자는 누가 선수로 나오는지도 알 수 없는 암전 상태에 놓여있는 꼴이다. 결국 닥쳐서 금을 긋고 유권자들은 선수의 면면을 제대로 모른 채 특정 정당의 대표선수니까 찍어주자는 '묻지 마 정당투표'로 흐를 수밖에 없게 된다.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원 정수와 맞물린 문제인 만큼 선거일 1년 정도 전에 일찌감치 패키지로 정해놔야 당리당략에 치우치는 게리맨더링을 피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지 않고 이렇게 선거가 임박할 때까지 결정을 질질 끌게 되면 종국에는 주고받기식 얼치기 금긋기로 끝날 공산이 아주 크다. 차제에 총선의 선수 격인 정당들이 선거구획정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의 개입을 원천 배제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해 봐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의 중립적 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정한 획정안을 그대로 채택하면 될 일이지, 원내 교섭단체들이 그것을 놓고 막바지 조정을 시도하는 것은 선수가 심판까지 겸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행위여서다. 지금까지 관행처럼 계속돼온 이런 선거구획정 절차와 과감하게 결별하지 않는다면 제22대 총선 때도, 제23대 국회의원 선거 때도 백년하청처럼 똑같은 일이 재연될 것이다.

총선 사상 처음으로 도입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도 더는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해 인적 자원까지 몰아주며 연동형 비례제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 마당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까지 우려스러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구로을에 출마하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례대표용 정당 창당 문제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출신 무소속 손혜원 의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비슷한 취지로 자발성에 기초한 비례대표용 정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의 포획자가 되려는 상황에서 손 놓고 당할 수만은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라고 한다. 진영의 비대칭적 싸움에서 우파만 이롭게 하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맞불 성격의 위성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논리다. 심정적으로 이해 가는 구석이 있으나, 그런 쪽으로 방향을 틀면 민주당이 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기 위해 '야합'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온갖 고생 끝에 만들어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개혁이라는 간판은 내리고 앙상한 뼈대만 남게 될 위험이 크다. 민주당은 단기 목표에 현혹돼 대의와 명분, 신조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선거도 다수파가 되려는 공당들의 치열한 게임일 수는 있으나, 거기에는 반드시 가치와 신념이 개입되어야 한다. 정치는 지고도 이기는 역설이 성립할 수 있는 드문 영역이다. 민주당만이라도 단기적 이익에 매몰되어 하책을 동원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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