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녹다운 위기에 처했다. 경기 부진과 인건비·임대료 상승 등으로 이미 코너로 몰린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강펀치’까지 맞은 셈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외식업·재래시장·일반 상점 등을 가리지 않고 손님이 줄어, 적게는 절반 많게는 90% 가까이 매출이 감소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가구당 사업소득 감소율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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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지난해 4분기까지 역대 최장인 5분기 연속 감소했다. 통계청의 ‘2019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2인 이상 일반 가구의 사업소득은 89만2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2.2% 줄었다. 2018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감소했는데,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장이다.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가 있었던 2014년 4분기∼2015년 3분기(4분기 연속) 때보다 더 길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국장은 “업황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3~5분위(상위 60% 이상 계층)에서 사업소득이 마이너스로 나타난 것은 이들 분위에 속할 가능성이 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현황을 보면,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21.5%에서 지난해(20.7%)까지 꾸준히 내림세다. 장기화한 경기 불황으로 전반적인 자영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 수 및 전체 취업자 대비 비중.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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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확산한 코로나19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관광·여행·여가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각종 행사 취소가 잇따른 가운데, 일반인들의 정상적인 경제활동까지 위축하면서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13~19일 소상공인 107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코로나19 사태 후 사업장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이 97.6%에 달했다. 그 원인으로는 ‘각종 모임과 행사, 여행 등 무기한 연기·취소’가 57.4%로 가장 많았고, ‘확진자 이동 경로에 따른 지역 내 유동인구 감소 피해’가 22.6%였다.
방문객 감소 비율을 묻는 물음에는 ‘50% 이상 감소’가 45.7%로 가장 높게 조사됐고, 이어 ‘30~50% 감소’가 27.5%였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 대책의 만족도를 묻는 말에는 응답자 48.8%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만족한다는 응답률은 29.1%에 불과했다. 최승재 회장은 “소상공인 보증 대출이나 세제 지원 같은 정부 정책으로 소상공인의 피해를 막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자료: 소상공인연합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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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이 더욱 걱정하는 것은 사태의 장기화다. 코로나19 사태가 멈추지 않고, 1분기를 넘어 2분기까지 이어진다면 줄폐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소상공인연합회의 설명이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 부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거래가 늘고, 무인점포가 보편화하는 등 소비 습관과 유통 방식도 비대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이라며 “자영업의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계 자영업자들은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위기감도 심각하다.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이달 말 투자·소비 활성화 등 종합적인 경기대책과 함께 자영업·소상공인을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기 진작을 위한 회식은 주 52시간제에도 저촉되지 않으므로, 저녁 회식 등으로 자영업자와 외식업을 도와달라”며 “전통시장 주변 도로 주차허용시간을 연장하고 월 50만원인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도 상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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