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스님들은 수행처를 옮기기 위해 길을 가는 걸 '만행(萬行)'이라고 했습니다. 길을 가는 과정도 수행이라고 본 거죠. 하지만 지금은 교통이 너무 편리하니 선방을 옮기는 과정이 편리해요. 이 시대에 어울리는 만행은 해외 배낭여행이에요."
조계종 교육부장 진광 스님(52)은 세계 130개국을 여행한 거리의 수행자다. 스님은 최근 여행지에서 쓴 글과 직접 그린 그림을 모아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조계종출판사 펴냄)라는 책을 펴냈다.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저마다 꽃으로 피어나서 온 세상이 커다란 꽃밭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은 제목입니다."
스님은 해인사에서 수행하던 1998년 인도 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30개국을 여행했다. 스님이 다닌 곳은 아시아·유럽·북미는 물론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지구촌 전체를 망라한다. 선진국에서 가난과 폭력에 시달리는 분쟁지역까지, 불교국가에서 기독교, 이슬람, 토속 종교를 믿는 곳까지 전 세계를 다니며 깨달음을 구했다. 여행 도중 유치장에 갇힌 적도 있고, 소지품을 도난당한 적도 있었지만 스님은 모든 게 수행이라고 믿었다.
여행 방식은 초저비용 배낭여행이다. 물론 혼자 떠난다.
"유라시아 대륙을 6개월간 여행할 때 520만원 들었어요. 한 달에 100만원 이하로 생활했습니다. 비행기 대신 배와 자동차, 도보로만 돌아다녔어요. 호텔에서 자면 그게 무슨 만행이 되겠어요. 여행은 혼자 떠나야 합니다. 그래야 온전한 내 것이 되는 겁니다."
스님은 테마를 가진 여행도 좋아한다. "체 게바라 찾기 여행이 기억에 남아요. 그가 태어난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부터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했던 코스를 지나 혁명을 성공시킨 쿠바를 거쳐, 생을 마감한 볼리비아 정글까지 갔어요. 극적으로 살다간 한 위인의 생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스님은 대학(동국대 불교학과)을 졸업하고 법장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여러 사찰을 거치며 수행하고 2010년부터 조계종 연수국장, 교육부장 등을 맡았다. 스님은 "마음대로 떠나고 싶어서 주지 같은 건 포기했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수록된 472컷 펜화는 직접 그린 것들이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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