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 셋째)이 19일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 앞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 취소소송 제기 양대 노총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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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한 데 반발해 양대 노총이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경영상 사유'를 들어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하면 근로시간 단축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주문이 폭주하는 마스크와 소독약 생산 공장, 중국 현지 공장 마비로 생산라인을 국내로 옮긴 기업체들이 주로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고 있어 이 같은 노조 측 주장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9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취소소송 제기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양대 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안착시켜야 할 정부가 재벌·대기업 등 사용자 요구를 받아들여 재난·재해에만 한정적으로 활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를 경영상 사유로까지 확대했다"며 "이러한 조치는 저임금·장시간 노동 체제 회귀라는 구시대적 조치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지난달 31일부터 특별연장근로 사유를 △재해·재난 수습 또는 예방을 위한 긴급 조치 필요 △인명 보호 또는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한 조치 필요 △시설·설비 고장 등 돌발 상황 수습을 위한 긴급 조치 필요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폭증, 단기간 내 미처리 시 중대한 지장·손해 △고용부 장관이 국가 경쟁력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 등 5가지 사례로 확대했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소독약 업체가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폭증' 사유로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양대 노총은 이에 대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시행된 지 2주도 안 돼 특별연장근로 인가 신청이 69건에 이르고 절반 이상이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라며 "3~4월 초 공동 결의대회를 포함한 양대 노총 공동 투쟁을 강화해 특별연장근로 확대 시행규칙 폐기를 위한 2000만 노동자 선봉에서 가열차게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대 노총은 법률이나 시행령이 아닌 시행규칙으로 근로시간이라는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을 정한 것이 헌법상 '근로기준 법정주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 점은 고용부도 곤란한 대목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가로막힘에 따라 차선책으로 시행규칙을 손본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그러나 양대 노총이 문제 삼은 부분이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행정소송은 구체적인 행정 처분을 취소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시행규칙 조문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 측 주장대로 인가 사유를 재해·재난에만 국한하면 당장 코로나19로 경영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들을 구제할 방도가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실제로 코로나19와 관련해 들어온 특별연장근로 신청은 18일 기준 87건인데 이 중 중국 공장이 폐쇄되면서 국내 공장으로 생산라인을 전환한 업체들이 신청한 건수가 21건에 달했다.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 등 방역·검역 관련 기관에서 신청한 특별연장근로도 41건이었고,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신청한 것도 13건이었다.
무엇보다 개정된 시행규칙이 무효화하면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주52시간제 완충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 이들 기업에 대해 계도기간 1년이 부여돼 있긴 하지만 이는 근로감독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고소·고발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현재 시행 중인 3개월 탄력근로제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소기업들이 활용하기에는 단위기간이 짧다는 원성이 많다.
[김태준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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