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투자라더니 8.28%되자 돌연 경영참여 선언
재계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 기회 갖지 못해 문제"
한진그룹 경영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에 참여한 (왼쪽부터)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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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유현욱 기자]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180640)의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꾼 것과 관련해 허위공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허위공시로 판단되면 의결권이 제한된다. 한진칼 지분 8.28%를 들고 있는 반도건설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함께 만든 주주연합의 보유 지분비율은 기존 32.06%에서 23.78%로 낮아지게 된다. 사실상 3월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매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1일 계열사인 대호개발이 한진칼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11월 30일에도 두 달간 24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6.28%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이후 18차례에 걸친 추가 매입으로 지난달 6일 기준 지분율이 8.28%로 늘었다. 반도건설 측은 투자 목적에 대해 계속해서 ‘단순투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분율을 8.28% 끌어올린 직후인 지난달 10일 갑자기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꿔 공시했다.
이에 대해 재계와 증권업계에서는 반도건설이 허위공시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분을 끌어올려놓고 투자목적을 바꾸면서 한진그룹이 경영권을 방어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05년부터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와 경영참여를 구분해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2003~2004년 KCC가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비공개로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인 뒤 회사 인수를 선언한 일이 있은 이후 이같은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투자목적을 허위로 공시했다는 이유로 주식처분 명령을 받은 사례도 있다. 컨설팅업체인 DM파트너스는 2007년 3월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한국석유공업의 주식을 11.87% 매입한 뒤, 지분을 17.64%까지 늘리고 나서야 ‘경영참여’로 공시했다. 이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는 DM파트너스가 초기에 사들인 14.99%는 경영참여 목적을 숨긴 것으로 판단,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해당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반도건설 역시 DM파트너스와 같은 논리를 적용 받으면 한진칼 보유지분의 일정 부분을 처분하거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확인하고 있다”며 “다만 그동안 공시한 내용들만으로는 경영참여 의도를 숨겼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반도건설의 행위가 과거 KCC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을 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이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밝혀 놓고 계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후 ‘경영참여’를 선언하고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는 행위로 의심된다”며 “금융당국에선 이런 부분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반도건설의 행위가 허위공시로 판명날 경우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주주연합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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