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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역사 아닌 작품으로 기억되고파"…'기생충', 대장정 마치고 금의환향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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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기생충 봉준호 감독 송강호 조여정 이정은 장혜진 이선균 박명훈 곽신애 대표 / 사진=방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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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기생충' 팀이 해외 영화제 수상 19개, 해외 시상식 수상 155개, 총 174개의 수상 내역을 자랑하며 금의환향했다. 주역들이 시상식에서 하지 못했던 솔직한 비하인드가 전해지며 영화 팬들의 마음을 다시 설레게 했다.

1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는 '기생충'(감독 봉준호·제작 바른손이엔에이) 팀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해당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주연 배우 송강호, 제작사 바른손이엔에이 곽신애 대표와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 감독 등이 참석했다.

앞서 '기생충'은 미국 LA에서 진행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 영화로써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 각본상과 국제장편영화상도 함께 받으며 4관왕의 위엄을 알렸다.

한국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첫 진출, 아울러 가장 영예로운 작품상까지 거머쥐었다. 이에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경외로움을 금치 못하며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의 이름을 외쳤다. 외신들은 입을 모아 한국 영화의 작품성을 논하며 전설이 된 순간을 복기했다. 특히 헐리우드 위주의 자국 영화들로 시상식을 꾸며왔던 아카데미의 장벽을 넘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가치를 갖게 됐다.

이날 아카데미 수상 이후 처음으로 '기생충'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와 비하인드가 이어졌다. 먼저 트로피에 대해 곽신애 대표는 "당시 5개의 상을 받았다. 트로피에 이름이 쓰여있기 때문에 당사자가 가져갔다. 좋은 취지의 상이 있을 때 전시하는 것을 고민할 수 있겠지만 주인들이 잘 가져갔다. 한진원 작가가 각본상, 또 제 이름이 적혀 있는 국제 장편상과 작품상을 제가 가져 갔다. 나머지는 봉준호 감독이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또 각본상을 받은 소감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한진원 작가는 "충무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다. 시나리오는 사람에게 나온다 취재할 때 많이 도와주신 수행기사, 가정 도우미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그때의 벅참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한진원 작가는 "우리 이야기에는 선과 악의 대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캐릭터마다 각자 만의 사유, 연민, 감정이 있다. 모든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색다른 재미라 생각한다. 저는 서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박 사장의 집은 제게 판타지였다. 그래서 취재원이 더욱 중요했다. 봉준호 감독과 디테일을 쫓아가는 재미를 배웠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다 계획이 있었다

이번 아카데미의 주인공으로 활약한 봉준호 감독은 이른바 '오스카 캠페인'을 언급했다. 그는 "'오스카 캠페인'에서는 모든 후보들이 다 열심히 한다. 우리는 중소 배급사와 함께 했다. 거대 회사들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열심히 뛰며 게릴라 전을 시작했다. 실제로 송강호가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 열정으로 메꿨다. 인터뷰를 600개 이상 진행했다. 다른 경쟁작들은 거대 광고로 물량공세를 이어갔지만 우리는 빛나는 아이디어와 팀워크로 커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캠페인을 하며 타란티노 감독 등을 보며 낯설어보이기도 했다. 누가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 진지하게 점검하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으로 오스카로서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오랜 전통을 가진 방식"이라 말했다. 이에 송강호는 "아무 생각 없이 갔다고 해도 무방했다. 6개월 동안 최고의 예술가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을 보며 '타인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상을 받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세계 영화인들과 호흡하고 소통, 공감하는 시간"이라 회상했다.

이에 함께 자리한 이정은 역시 "동시대의 현실을 잘 다뤘다. 또 예상할 수 없는 스토리를 담았다. 오스카 캠페인은 경쟁처럼 보이지만 다같이 동지애를 갖고 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항상 유머를 잊지 않아 더욱 인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기생충' TV드라마화-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그런가 하면 봉준호 감독은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영화와 영어 영화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둘 다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제작비 약 150억 원 정도의 규모로 구상 중이라는 설명이 전해지며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다시 한 번 끌어올렸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동시대, 이웃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현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다. 그랬기 때문에 더욱 폭발력을 가졌던 것이 아닌지 짐작했다. 지금 준비하는 2편의 작품은 평소 하던 대로 준비하고 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 역시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봉 감독의 차기작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제작되는 '기생충' 드라마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봉 감독은 "아담 멕케이가 작가로 같이 참여한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블랙 코미디로 더 깊게 파고 들어갈 것 같다. 리미티트 명칭을 쓰더라. 시즌제가 아닌 5, 6개의 밀도 높은 에피소드의 TV쇼가 될 것이다. 틸다 스윌튼 등의 언급이 나왔는데 공식적인 사항이 아니다. 지금 아담 멕케이와 초기 단계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야기의 구조를 이야기하는 시작 단계다. 금년 5월 '설국열차'가 방영된다. 5년여만에 방송되는 걸 보니 '기생충' 드라마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지금은 순조롭게 첫 발을 내딛는 중"이라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 영화 101년 역사를 두고 봉 감독은 나름의 소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먼저 "그간 한국 영화는 눈부신 발전을 거쳤다. 하지만 젊은 작가들이 모험을 하기에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재능 있는 감독들이 상업으로 흡수되기에는 독립영화로 빠져버린다. 그래서 독립영화와 상업영화가 평행선으로 흐르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 역시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한국 영화가 도전을 두려하지 말아야 한다. 더 도전적인 영화를 껴안고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훌륭한 독립 영화들이 여러 곳에서 꽃피고 있다. 결국 상업과의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기생충'에 대한 기대감

또 22일 '기생충' 흑백판 재개봉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를 두고 봉 감독은 "이전부터 고전 영화에 대한 동경과 로망이 있다. 세상 모든 영화가 흑백이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만약 1930년대 살고 있다면 어떨까 하는 영화적 호기심이 있다. 로테르담에서 어떤 관객이 내게 '흑백으로 보니 더 화면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더라. 그 의미를 생각해보게 됐다. '마더'때도 그랬지만 배우들의 섬세한 뉘앙스를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색깔이 없어지니 배우 표정에 집중하게 된다.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수상하기는 101년 역사상 처음이다.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탄 것도 92년 오스카 역사상 '기생충'이 최초다. 외국어 영화로는 2003년 '그녀에게'의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이후 17년 만의 수상이다.

당시 '기생충'은 '작은 아씨들', '1917' 등 유려한 후보작들을 제치고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감독상까지 거머쥐었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수상하기는 101년 역사상 처음이다.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탄 것도 92년 오스카 역사상 '기생충'이 최초다. 아울러 국제 장편 영화상과 작품상에 동시 노미네이트는 보기 드문 사례로 '기생충'의 가치가 더욱 입증되기도 했다.

특히 칸 시상식과 아카데미에서 동시 수상한 사례는 역사상 2번째로 '기생충'의 전설이 새로이 쓰여지는 순간이었다. 이에 봉 감독은 "영화적 사건처럼 기억될 수밖에 없지만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시간이 흐를 수록 그렇게 될 것이다. 배우들의 아름다웠던 한 순간 연기, 촬영 스태프의 장인 정신, 그 장면에 녹아든 제 고민들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처럼 긴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온 '기생충'의 금의환향에 많은 이들이 폭발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다. 봉 감독은 잠깐의 휴식기를 가진 후 차기작 진행에 임한다. 아울러 배우들 역시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진원 작가와 이하준 미술 감독을 포함한 주역들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이들의 영예는 영원히 한국 영화사에 남을 전망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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