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영화 자체로 기억되길"…봉준호 감독의 진심[MK현장]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깐느부터 많은 일이 있었다. 영화사적 사건처럼 기억될 수밖에 없지만, 사실은 영화 자체가 기억되길 바란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될 거다. 배우들의 아름다운 연기, 촬영 스태프들이 만들어낸 장인정신 가득한 장면 하나하나들, 그 장면 하나하나에 들어간 저의 고민처럼, 영화 자체로 기억되길 바란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주역들이 오스카 뒷이야기부터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유를 공개했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은 모두의 노력 끝에 탄생한 한 편의 영화가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랐다.

19일 오전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열렸다.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 감독이 참석했다.

한국 영화사를 다시 쓴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다.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을 품에 안았다.

봉준호 감독은 “여기서 제작발표회를 한 지가 1년이다.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달리다가 이곳에 와서 기쁘다. 많이들 와주셔서 감사하다.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송강호 역시 “처음 겪어본 과정이다. 봉준호 감독과 작년 8월부터 오늘까지 영광된 시간을 같이 보냈다. 좋은 성과, 한국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관객에게 한국영화의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돌아와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명훈도 “성원해줘서 감사하다. 기쁜 마음이 크다. 이 영광을 감독님 전스태프 국민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은은은 “좋은 결과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일단 작품을 열심히 만들어준 걸 좋게 생각해주고 성원해준 덕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 여러분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밝혔다.

박소담은 “정말 기정이란 인물을 연기하는 것만으로 행복했고 좋은 분들은 한꺼번에 많이 만나서 큰 힘이 됐다. 지금도 또 떨리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곽신애는 “처음 가서 작품상까지 받아오게 됐다. 작품상은 한 개인이라기보다 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분에게 영광과 기쁨, 경력이 되는 상이라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이선균은 아카데미 수상과 관련해 “벅찼다. 이렇게 벅찰 때 눈물이 날 것 같다는 기분을 알겠더라. 저희도 어느 선을 넘은 거라고 생각한다. 4개 상을 받고 보니까 아카데미도 큰 선을 넘은 것 같다. 편견 없이 응원해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봉준호 감독과 오스카 레이스를 함께한 송강호는 “미국에 처음 갈 때 처음 경험하는 과정이라서 아무 생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6개월 최고 예술가와 호흡하고 보면서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갖다 보니까 내가 아니라 그분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을 받기 위해 이 과정을 한다기보다 우리 작품을 통해 세계 영화인과 호흡하고, 어떤 공통점으로 소통과 공감할 수 있는지 많은 걸 느끼고 배워왔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제가 참 작아졌다. 위대한 예술가 통해 많은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한진원 작가는 ‘기생충’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저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제 생각에는 우리 영화에는 아주 잔혹한 악당이 업고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각자만의 욕망과 이유가 있다. 모두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플롯을 따라갈 때 색다른 즐거움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자료 조사하면서 만난 분들이다. 저는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기우의 환경에 가깝다. 박사장의 집은 저에게 판타지였다.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취재원들과 취재가 중요했다. 감독님과 나누면서 디테일을 좇아가는 작업을 했다. 그런 작업을 통해 즐거움을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제 영화의 스토리 본질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 우스꽝스러운 면도 있지만 빈부격차가 드러나는 쓰라린 면도 있다. 그걸 피하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 자체가 그런 영화다.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정면 돌파하는 영화다. 관객이 불편할 수 있지만, 그 세대의 두려움에 대해서도 당위성을 입혀서 달콤한 장식을 하면서 영화를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계속해서 “최대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 솔직하게 그리려고 했는데 대중적으로 위험해 보일 수 있었지만, 이 영화가 선택한 유일한 길이다. 촬영부터 편집할 때 영화를 마무리할 때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일본 영국 등에서 오스카 후광과 상관없이 북미에서도 역대급 기록을 써나가고 있었고 여러 나라에서 호응을 받고 있었고 기뻤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수상 여부를 떠나서 동시대 관객들이 호응해준 것이 기쁨이다. 여러 나라에서 호응을 해줬는지는 시간적 거리를 두고 분석해봐야 한다. 그것이 저의 업무는 아니다. 저는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고, 다음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왜 세계적인 호응은 얻은 걸까를 평가해주지 않을까 싶다. 다음 시나리오를 써나가야 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봉준호 감독은 20일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다.

skyb1842@mk.co.kr

사진|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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