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기준으로 58% 은행들이 팔아
금감원, 일단 투자자-판매사 분쟁조정 총력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대규모 환매중단ㆍ손실 사태가 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DLF 불완전판매 사태 2탄' 격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문제가 된 펀드의 절반 이상이 은행을 통해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대규모 소송전을 예고한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은 일단 투자자들과 판매사들 사이의 분쟁을 조정하는 절차에 힘을 쏟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환매중단 모(母)펀드에 투자한 총 173개의 자(子)펀드 수탁고 1조6679억원 가운데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은행이 판매한 금액은 8146억원으로 전체의 49%다. 법인을 제외한 개인 투자자로 범위를 좁히면 전체 수탁고 9943억원 중 은행이 판매한 금액이 5778억원으로 58%나 된다. 우리은행이 3577억원으로 가장 많이 팔았고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이 뒤를 이었다.
전체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 비중과 비교하면 8배 가까이 큰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사모펀드의 판매 잔액 407조원 중 은행의 판매 잔액은 25조원으로 6.22%에 불과하다. 라임 펀드의 개인 투자자 계좌는 4035개인데 이 가운데 은행 판매분이 2663개로 66%를 차지한다.
국내 사모펀드 업계 1위인 라임이 운용하는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판이 특히 높았던 영향이 컸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이같은 수요가 증권사들에 견줘 훨씬 넓고 촘촘한 영업(지점)망을 갖추고 있는 은행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물이 크면 얽히고 설킬 여지 또한 크지 않겠느냐"면서 "각종 대출규제 등으로 전통적인 사업의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경쟁은 점점 더 격화하다보니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든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은행 등 판매사들이 손실의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불완전판매를 자행됐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라임자산운용과 판매사들을 고소한 투자자는 법무법인 광화를 통해 34명,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3명 등 총 37명이다. 개인적으로 소송을 낸 투자자는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부터 투자자들이 손실률을 통보받고 있어 배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라임은 "기존에 채권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에서 회수가 이뤄질 수 있어 손실이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손실폭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소송이 피해 보전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일 수는 있지만 판매사들과 다수의 투자자는 일단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절차를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이 실효성이나 속도 측면에서 소송보다 더 유리하고, 향후 자율배상이 진행될 경우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금감원은 200건 넘게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을 바탕으로 판매사들에 불완전판매 의혹에 대한 서면 소명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조사 절차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분쟁조정2국 중심으로 합동현장조사단을 꾸려 내달부터 판매사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무역금융펀드를 시작으로 오는 4~5월 법률 자문을 통해 피해구제 방안을 검토한 뒤 6월 안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손실배상 비율을 결정한다는 게 금감원의 구상이다.
판매사들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가 제재의 가능성을 전제로 한 검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은행 등 판매사들이 자신들도 라임에 의한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어 분쟁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판매사-라임 등의 진흙탕 소송전이 전개될 수도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