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가상계좌 내부통제 개선 방안' 제동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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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보험료 수납용 가상계좌에 실제 입금자를 확인해 대납 행위를 통한 부당 모집행위를 막겠다는 금융감독원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생겼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기관이 가상계좌의 입금자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엇박자'가 또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보험사의 가상계좌 내부통제 구축상황을 점검하겠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은행, 보험사와 함께 보험사가 보험료를 쉽게 납입할 수 있도록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가상계좌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었다.
가상계좌 실입금자에 대한 정보를 은행으로 부터 제공받아 보험 계약 정보와 일치하는지를 따져 보험료 대납 여부 등을 확인한다는 복안이었다. 가상계좌는 입금 시 입금인의 성명을 임의로 기재할 수 있어, 실제 계약자가 아닌 보험 설계사 등이 계약자명으로 보험료를 대납하는데 악용돼왔다.
설계사가 가상계좌로 보험료를 납입한 경우 계약유지율이 매우 낮다. 손해보험사 전체 장기보험계약의 2년 유지율은 70.6%인데 반해 설계사가 가상계좌에 6회 연속 납입한 계약의 유지율은 34.0%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부당 모집행위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보험사 일부는 설계사 명의로 입금시 보험료 수납제한 등 자체적으로 가상계좌 통제장치를 운영했지만, 은행으로부터 계좌주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러한 금감원의 계획에 금융위가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는 최근 가상계좌에 입금한 실입금자 성명 정보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모장에 관한 법률' 상 제공대상 정보에 해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행 금융실명거래법에서는 금융회사는 명의인(입금자)의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를 받아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를 타인(보험사)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가상계좌는 고객관리 등 목적으로 은행이 거래관계에 있는 법인 등에게 발급한 계좌번호 형식의 전산코드"라며 "고객이 가상계좌로 입금한 보험료가 보험사의 실명이 확인된 계좌로 입금되기 전에는 금융거래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즉 은행이 보험사의 실명계좌의 실입금자에 대한 정보는 제공할 수 있지만, 가상계좌는 정보제공이 가능한 금융거래라고 볼 수 없어, 은행이 해당 정보를 줄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금감원이 가상계좌의 입금자 정보를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은 무산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 해석은 가상계좌에서 보험사의 계좌(모계좌)로 입금되기 전 단계에서 입금자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모계좌에 입금된 이후 정보를 확인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가 고객 편의를 위해 창구에서 보험금을 입금한 경우, 사후에 실제 입금자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금융위 해석대로라면 가상계좌 입금자를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전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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