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지역별 세전이익(단위: 10억달러, 마이너스는 손실; 적색:2019년, 분홍색: 2018년)위에서부터 아시아, 중동.북아프리카, 북미,중남미, 유럽 /사진=HSBC, W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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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은행(자산기준)인 HSBC가 3만5000명 감원을 포함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수익보다 비용이 더 높은 미국, 유럽 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와 중동으로 자원을 이동키로 했다.
본사는 영국에 그래도 남지만 사실상 사업 근거지는 당초 HSBC가 설립된 아시아로 이동하게 된다. 아시아 지역은 지금도 HSBC 매출의 절반을 담당하는 핵심시장이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노엘 퀸 HSBC 최고경영자(CEO) 대행은 HSBC 155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하나인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이미 시작했다면서 아시아 지역의 높은 성장기회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구조조정 계획과 함께 발표된 HSBC의 지난해 순익은 전년비 53% 감소한 59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유럽 투자은행과 상업은행 부문의 보유자산 가운데 73억달러를 상각한 것이 가장 순익이 반토막 난 가장 큰 배경이지만 미국의 저금리와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로 은행 실적이 저조한 것도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다.
앞서 지난해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도 투자은행·트레이딩 부문 사실상 해체와 함께 1만8000명 감원을 발표한 바 있다.
HSBC는 실적발표와 함께 내놓은 구조조정 계획에서 구체적인 인원 감축폭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퀸 CEO 대행이 기자회견을 통해 23만5000명인 현 인원이 3년 뒤에는 2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해 감축규모가 3만5000명 수준임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구조조정을 통해 연간 45억달러 비용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인위적인 감축보다는 퇴사 인력을 보충하지 않는 것과 같은 자연적인 인원감소 등의 방법으로 '지각있고, 세심하게' 감원을 추진하겠다고 퀸은 설명했다.
그는 대표적인 감축 대상으로 비용보다 낮은 수익을 내는 미국과 유럽의 주식, 글로벌은행 부문을 꼽았다.
HSBC는 유럽과 미국 투자은행 부문이 보유한 위험자산 가운데 각각 35%, 45%를 줄이는 대신 이 자원을 아시아와 중동 등 성장성이 높은 지역으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1000억달러 규모다.
감원대상의 핵심이 도이체방크가 그랬던 것처럼 투자은행과 트레이딩 부문임을 시사한다.
미국에서는 소매지점이 3분의1 줄어들고, 채권거래 부문은 런던으로 이동하게 된다.
또 부유층을 상대로 한 프라이빗뱅크도 지금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앞으로는 소매은행·자산관리 부문과 통합된다.
이때문에 한때 HSBC의 미래 CEO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이었던 안토니오 시모예스 글로벌 프라이빗 뱅크 책임자도 옷을 벗게 된다. 구조조정으로 감축되는 최고위직이다.
HSBC는 구조조정에 60억달러가 들고, 추가로 12억달러가 1회성 비용으로 올해와 내년 중에 투입되겠지만 이를 바탕으로 연간 비용을 45억달러 줄이고, 미래 성장에 대비한 체질개선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좋지 않았다. 주가가 6% 하락했다.
우선 구조조정 계획에서 자사주매입이 당분간 중단될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자사주 매입 중단은 주식 수요 감소로 연결되고,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낮추기 때문에 주가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HSBC 155년 사상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는 엄청난 구조조정 계획이 CEO도 아닌 CEO 대행에 의해 추진된다는 점이 부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퀸이 정식 CEO에 취임하지 못하면 구조조정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퀸은 지난해 8월 존 플린트를 대신해 CEO 대행으로 HSBC를 이끌고 있는 임시 CEO다. HSBC는 연내 정식 CEO를 임명할 계획이며, 퀸은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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