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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2000년대부터 이어진 ‘대형마트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난해 업계 1위 이마트마저 분기 적자를 보는 등 수년째 이어진 ‘위기설’이 현실로 드러났다. 국내에서는 이커머스 시장 성장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다 규제가 발목을 잡았고,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던 해외사업까지 줄줄이 쓴맛을 봤다. 대형마트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일부 사업과 점포를 접는 등 특단의 조치까지 내놓으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이 사실상 종말에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마트 위기설 현실로…지난해 ‘최악’ 성적 = 대형마트의 위기설이 본격화 한 것은 2015년께부터다.
이미 2010년대 들어 대형마트 산업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2012년 월 2회 강제 휴무 등 대규모 점포 규제가 도입되면서 매출액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마트를 찾는 대신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2015년 대형마트 판매액은 무점포(인터넷쇼핑·홈쇼핑·방문판매 등) 판매액에 뒤쳐지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무점포 판매액은 2015년 46조7888억원으로 대형마트(32조7775억원)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후 무점포 판매액은 2016년 54억468억원, 2017년 61조2407억원, 2018년 70억3328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대형마트 판매액은 2016년 33조2341억원, 2017년 33조7982억원, 2018년 33조4537억원으로 정체 상태다. 지난해에는 무점포 판매액이 79조5849억원으로 대형마트 판매액(32조4366억원)을 두 배 이상 앞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이 대형마트의 실적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업계 1위 이마트의 경우 매출액(이마트 별도 기준)은 2015년 11조1489억원에서 2019년 13조1548억원으로 꾸준히 한자릿수 성장세를 유지 중이나 영업이익은 급감하고 있다.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2017년까지 6000억원대를 유지하다 2018년 전년 대비 23.4% 줄어든 4893억원, 지난해 48.7% 급감한 2511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해 2분기와 4분기에는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연결 기준)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롯데마트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롯데마트(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는 중국 사업 철수 영향으로 2017년부터 매출액이 6조원대로 주저앉았고,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롯데마트가 5년간 기록한 손실은 거의 7000억원에 달한다.
◇신규 출점 뚝…해외·신사업도 실패로 돌아가 = 기존 오프라인 사업 성장세가 꺾이자 신규 출점도 뚝 끊겼다.
롯데마트의 점포 수는 2017년 123개, 2018년 124개, 2019년 125개로 조금씩 늘리는 데 그쳤다. 이마트는 2018년 이후 매장을 단 한 곳도 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17년 2개점, 2018년 2개점, 2019년 3개점을 폐점했다. 예정된 신규출점은 전문점과 편의점을 제외하고 올해 9월 안성 스타필드 내 트레이더스 단 1곳뿐이다.
온라인 대신 선택했던 해외 사업과 신사업도 줄줄이 실패했다는 점도 문제다.
이마트는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를 시작으로 2017년 첫 선을 보인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전문점인 데이즈, 노브랜드, 삐에로쑈핑, 부츠, 일렉트로마트, PK마켓 등 신규 사업을 전방위로 확장했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전문점 사업의 적자 규모가 연간 9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자, 이마트는 삐에로쑈핑의 사업을 아예 종료하고 H&B스토어 부츠 역시 효율성이 떨어지는 매장을 정리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중국 사업에서 쓴맛을 봤다. 롯데마트는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으로 2018년 중국 진출 11년 만에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해외사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해외사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8.9% 성장한 1조463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4.6% 감소한 240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성장세 대응 늦어…규제도 발목 = 이처럼 대형마트의 실적이 꺾인 데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소비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34조원으로 오프라인 거래액의 40% 수준까지 성장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사이 국내 대형마트들은 ‘혁신’ 속도가 더디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국내 1위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에야 7개 유통 계열사 통합 쇼핑몰 ‘론데온’ 론칭을 예정하고 있다.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통합법인 SSG닷컴도 2019년에야 정식 출범했다. 쿠팡 등 온라인 경쟁자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린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2012년 도입된 의무휴업 등 규제도 발목을 잡았다. 2012년 강화된 유통산업발전법은 3000㎡ 이상 면적을 가진 대형마트가 영업시간 제한(오전 0~10시), 의무 휴무일 지정(공휴일 중 매월 2회) 등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취지지만, 실제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 사이 국내 유통업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경쟁구도가 아닌,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쟁구도로 변모했으나 온라인은 오프라인 매장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고 있어 동등한 경쟁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온라인을 새롭게 규제하기보다는 오프라인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이에 체인스토업협회는 최근 대형마트 등이 의무휴업일에 온라인유통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고, 대한상의도 2010년에 도입된 대형마트·SSM 등의 전통시장 인근 신규 출점을 막는 등록제한법과 영업제한 규제 등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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