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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김희준의 교통돋보기]공중공원에서 도심 네트워크로…'서울로'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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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의·식·주만큼이나 우리 생활에 밀접한게 바로 교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동차·기차·배·비행기에 관한 것부터 도로, 철도, 바다, 하늘길까지…. 사람이 오고 가거나 짐을 실어 나르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기사로 쓰기엔 약간 관심밖이었던 길과 바퀴, 날개에 대한 '말랑말랑'한 속사정을 알기 쉽게 풀어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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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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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서울로 7017은 공원이 아니라 절단된 거리를 잇는 도심 네트워크다. 서울역 건너편 빌딩에서 서울로를 이용해 한 번만 걸어와 보면 단박에 안다."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서울역을 이용하는 '1000만' 시민 여러분. 혹시 남대문 경찰서 앞에서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건너와 본 적 있나요? 횡단보도길을 건너다 중간에 끊어져 되돌아갔던 일, 복잡한 지하도로 가다 직선거리보다 한참을 더 걸었던 기억이 있지 않나요?

20여년 전 부산에서 갓 상경한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타고난 길치이긴 하지만 유독 4호선과 1호선이 연결된 지하도를 '뱅글' 돌다가 약속한 출구를 찾지 못하는 서울역은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하기야 강남역과 신도림역, 부천역, 용산역의 지하도와 길도 친절한 안내판이 무색할 만큼 복잡한 미로로 '악명'이 높습니다.

'교통돋보기'의 첫머리를 서울역에서 출발한 것은 '길'의 이야기에 서두로 알맞기 때문입니다. 전국을 '사통팔달'로 이어주는 철도중심점 서울역에서 수도 서울의 중심지인 남산을 향해 곧장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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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7017 야경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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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 당시 설계심사위원은 지난 2017년 5월20일, 서울역 고가도로를 개조한 ‘서울로7017’(서울로)의 첫 출발은 여기서 비롯됐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박원순 서울 시장이 공중공원으로 리모델링에 성공한 뉴욕 하이라인을 거론한 것은 정책홍보의 실책"이라며 "서울로는 공원이 아니라 철도와 도로로 절단된 거리를 잇는 도심 네트워크"라고 설명합니다. 서울역과 남산, 남대문 등 17개 연결망을 끊김 없이 걷는 것이 서울로의 참모습이란 거죠.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 것이, 특히 부수적인 수사였던 공중 수목원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되레 시민들의 실망감을 높였습니다. 주말에 맞춘 개장일에 25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몰리고 14일 만에 100만명의 방문객이 거닐었지만, 공원이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 화분엔 일회성의 느낌이 다분한 식재가 심어졌고 이외에 별도의 녹지가 없었기 때문이죠. 겨울엔 이들 식재가 메말라 되레 을씨년스러운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비에 젖은 '신발' 전시물 등이 SNS상에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공원'서울로와 서울시민과의 '첫 조우'는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서울로의 '역전'은 시간이 지나고 연결점인 퇴계로와 만리재로, 청파로에 심은 나무들이 두 해 동안 여물게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조용히 나타납니다.

서울로가 남산도보객을 이어준 서울역 뒤편, 서부역의 길건너 편엔 중리단길이라 불리며 청년들이 차린 카페와 수제 맥줏집이 들어섰고 주말엔 가족과 연인 단위에 고객이 들어서면서 사실상 도시재생의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남산 기슭, 그러니까 남대문시장과 인접한 빌딩도 17개의 인도를 통해 서울로와 연결되면서 한결 안전하고 편한 지름길을 얻게 됐죠. 빌딩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물론 건물의 가치도 그만큼 올라갔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도 서울로와 건물의 출입구를 연결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합니다.

공원이라 외면했던 길이, 사람과 공간의 연결이라는 '길' 본연의 가치로 빛나게 된 셈이죠. 가장 단순한 게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있습니다. 도로와 철도와 같은 길은 시민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짓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끔 '치적'과 '의미'라는 무거운 '더께'는 덜어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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