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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로봇식당②]"전기만 주세요, 월급은 안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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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LG 클로이' 서브봇·셰프봇 "사람대신 열일하네"…음식 나르고, 국수도 척척 말아]



지난 13일 오후 1시30분 서울 중구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 KTX를 타려는 승객들로 붐비는 이 식당은 테이블만 20개가 넘는 규모다. 그러나 식당 안 동선이 A, B, C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직원들이 음식 서빙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이런 구조일수록 LG전자 'LG 클로이 서브봇'은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날 고객이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직원은 곧바로 LG 클로이 서브봇을 불러 세웠다. 직원은 서브봇 맨 위 칸에 만두국과 우동을 한 그릇씩 올려놓고 서브봇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테이블 번호 '13'을 눌렀다.

서브봇은 기다렸다는 듯이 "출발합니다"라는 인사를 남긴 뒤 음악을 틀며 스스로 움직였다. 음악이 나오는 이유는 혹시 지나다니는 손님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다.

서브봇은 크게 기역자를 그리며 13번 테이블 근처까지 갔다. 그리곤 다시 "도착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인사말을 했다. 이걸 신호로 또 다른 직원은 서브봇이 배달한 음식을 13번 테이블 고객 앞에 내려놓았다.

물론 몇몇 장면에서 사람 손길이 필요하고, 공간 협소로 테이블 바로 앞까지 다가가진 못하지만 서브봇은 직원 한 사람 몫 이상을 한다는 평이다.

제일제면소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릴 때나 근무시간 막바지가 되면 직원들은 체력적으로 분명히 한계를 느끼지만 서브봇은 그럴 일이 없다"며 "초기 구입비 외에는 인건비도 따로 들지 않는데다 식당의 명물로 인기가 높아 매장 홍보도 된다"고 말했다.


일상생활 침투한 로봇…요리부터 서빙까지 척척

LG전자의 생활밀착 로봇사업은 서브봇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날 서울 등촌동의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프리미어 등촌점. 이곳에는 서브봇의 사촌 격인 'LG 클로이 셰프봇'이 손님들을 위해 아예 국수를 말고 있다.

기자가 음식 코너 한 켠에 마련된 '라이브 누들 스테이션'에서 야채 몇 가지와 삶은 면을 그릇에 담아 셰프봇에 건넸다. 기자의 그릇을 넘겨 받은 셰프봇은 뜨거운 물에 재료를 담가 푹 삶아내는가 싶더니 다시 정확하게 이 재료들을 그릇에 옮겨 담고, 뜨거운 육수를 부었다.

셰프봇은 정확히 1분만에 완성된 쌀국수을 건넸고, 이 시간은 다른 손님들에게도 그대로 지켜졌다.

매장에서 만난 한 고객 "사람이 하면 크고 작은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셰프봇은 철저히 시간과 레시피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왠지 더 맛있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빕스 관계자는 "원래는 직원 한 명이 상주하며 뜨거운 국수를 계속 손님들에게 말아줘야 했는데 셰프봇이 이 역할을 해주니 인력 효율성이 더 좋아졌다"며 "아이들도 쉽게 셰프봇에게 국수 한그릇을 주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클로이 로봇은 매장 홍보 역할도 톡톡히 한다. 고객들이 SNS에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며 입소문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제면소 관계자는 "손님들 중 서브봇에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다"며 "어린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밝혔다.


로봇사업 힘 싣는 LG전자…"로봇과 인간 공존 추구"

LG전자는 로봇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다.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며, 힘들고 반복적인 일을 기피하는 세태 속에 로봇 수요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1인 가구와 고령화 인구가 급증하고, 자동차까지 빌려 쓰는 공유경제 개념이 확산되는 것도 로봇사업의 미래를 밝게 한다.

LG전자 로봇사업센터 관계자는 "힘들고, 반복적이고, 위험한 업무가 있는 현장이라면 어디든지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셰프봇과 서브봇은 '근무경력'을 더 쌓는데 주력한다. 로봇사업센터 관계자는 "제일제면소와 빕스에선 로봇이 일종의 인턴 경험을 한다고 보면 된다"며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와 평가를 바탕으로 편리성과 효율성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서브봇이 손님들 테이블로 직접 이동하는데 문제가 없게 하고 빈그릇을 치우는 퇴식 기능도 더 활성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로봇을 쓰는 곳이 늘수록 채용은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로봇사업센터 관계자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을 지향한다"며 "당장 로봇을 제작하고 관리하는 인력이 필요하므로 일자리가 감소한다고만 볼 순 없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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