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급작스럽게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아이폰 생산 속도가 느려지고, 중국 매장 운영시간이 줄어 판매가 부진한 탓이다. 코로나19로 국내외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상장사들의 1분기 이익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다만 경기 부양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완화되고 있어 증시 하방성은 탄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팀쿡 애플 CEO<br>사진제공 : 블룸버그 / 사진제공=김신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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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코로나19에 중국 생산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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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오후 4시 애플은 2분기(1~3월) 실적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상을 밑돌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은 지난달 말에 2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35% 급감한 630억~67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플의 예상 매출 평균치는 655억달러다. 애플은 구체적인 하향 조정치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팀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다만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판매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지난 10일부터 중국 공장 가동을 재개했지만, 애플 공장 및 부품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 매장도 베이징, 상하이 등 일부 지역에서 개장했지만, 운영 시간이 제한적이다. 애플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18% 수준이다.
애플은 중국에서 제작과 판매 비중이 높은 유일한 미국 대기업이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은 중국 시장 진출이 제한적이거나, 중국에서 아예 이용이 불가능하다. 애플 애널리스트이자 미국 벤처 캐피털 루프 벤처스의 공동창업자인 진 문스터는 "중국은 애플에 양날의 검"이라며 "애플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 덕에) 큰 성공과 아픔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2019회계연도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로 아이폰 판매가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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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분기 예상 성장률 4%…韓·日도 하향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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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의 한 중국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이번 주 출발하는 중국 여행 예약을 100% 일괄 취소하고, 수수료 없이 환불 조치하기로 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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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 주요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조정되고 있다. 당장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0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가 1월 31일 이후 발표된 18건의 예측치를 평균한 결과 중국의 1분기 성장률 예상치는 4%로 집계됐다. 열흘 전 대비 1.9%포인트가 하락한 것이다. 연간 GDP 예상치는 5.5%로, 전달 5.9% 대비 0.4%포인트가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4월 이후에도 코로나19의 감염이 확대된다면 중국 경제 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까지 우려된다. 일본 내각부는 전날 태풍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0~12월 실질 GDP가 전분기 대비 1.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분기 실질 GDP가 전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5분기만의 일이다. 올 1분기에도 2분기 연속 역성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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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눈높이도 자연히 낮아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에 따르면 올 1분기 상장사(실적 예상치가 집계되는 200개 종목 기준)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현재 33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 감소한 수준으로 집계된다. 1개월 전 대비로는 7%가 하향 조정됐다.
김태현 NH선물 연구원은 "애플처럼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글로벌 공급 체계 훼손에 따른 성장률 둔화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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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증가에 국내 증시는 하방 견조…경쟁력 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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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내 증시는 비교적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이날 코스피지수는 1.48% 하락했지만, 2200선은 지켰다. 이익 예상치가 하향조정되는 만큼 증시가 하락하지 않자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개월 전 10.5배에서 11.2배로 상향조정됐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수본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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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견조하게 버티고 있는 배경으로는 유동성이 꼽힌다. 저금리로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증시가 하락할 때마다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통화량(M2)은 2912조4000억원(원계열 기준·평잔)으로 1년 전보다 7.9% 늘었다. 46개월만에 최고치다.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은 올해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상반기까지 유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이익 전망치는 하락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낙관하는 시각도 아직 우세하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애플 관련 부품 업체들인 LG이노텍, 아이티엠반도체, 비에이치, 덕우전자 등의 주가 조정 가능성 존재한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애플의 실적 둔화는 이미 예상됐고, 아이폰 수요가 이연되면 2분기에는 매출을 회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애플은 1분기 안에는 정상적인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며 "국내 부품사들의 1분기 실적 영향도 최대 10~20% 수준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동차 업종도 중국 시장이 축소되고 있지만, 경기 부양책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1월 중국 자동차 판매는 춘절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1% 감소한 161만4000대를 기록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는 2월부터 자동차 시장은 더욱 부진하겠지만, 중국에서 자동차 구입 보조금 정책이 나오면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는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유망하다"고 밝혔다. 그는 만도, 현대모비스 등 중국법인의 규모가 큰 대형 부품주가 유망하다고 꼽았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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