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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주주 못채워 의결 불발 '주총 고질병'…전자투표도 藥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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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김사무엘 기자] [미리보는 2020 정기주총]<2>의결권에 고심하는 상장사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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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주주총회 계절이 돌아왔다. 하지만 의결정족수 제한에 따른 안건 부결, 개인투자자 관심 부족 등 매년 주총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투표제가 추진되고 있지만, 적극적인 규제 완화 없이는 ‘주총 대란’을 예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빡빡한 의결 정족수 제한…의결권 대행업체에 1억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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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상법은 상장사 주총 결의 요건을 보통결의와 특별결의로 나눈다. 보통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과 출석 주식수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출석주식수 3분의 2 이상 찬성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주총에서 일반적인 안건을 하나 의결하려면 전체 주주의 최소 4분의 1 이상이 주총장에 나와야 하는 것이다.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조건은 더욱 까다롭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지분에 상관없이 최대 3%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3%룰’이다. 문제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많거나 기타 주주 찬성률이 높지 않으면 감사 선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이 곤란한 상장사가 올해 238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약 2200여개 상장사의 10% 정도가 3%룰 때문에 주총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주총에서 안건 부결로 어려움을 겪는 상장사는 대부분이 중소·중견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를 알아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회사 대신 소액주주 등으로부터 의결권 위임장을 대신 받아주는 대행업체들이 성행하고 있다.

코스닥협회가 지난해 634개 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약 6%가 의결권 확보를 위해 대행업체를 이용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회사 규모에 따라 최대 1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계 드러낸 전자투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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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에서 의결권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투자자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나온 것이 전자투표제다. 우리나라는 2010년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상장사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시행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자투표제는 도입 후 시스템 오류, 해킹 우려, 비용 및 업무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2018년 주총 찬반투표 비율에 한국예탁결제원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섀도우보팅(shadow voting, 의결권대리행사제도)제도가 폐지되면서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예탁결제원과 전자투표 시스템 이용계약을 체결한 회사가 2014년 74개에서 2018년 1300여개로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전자투표 계약을 체결하고도 실제로 이용하는 상장사는 2017년 699개사에서 2018년 489개사로 줄었다. 지난해에도 564개사로 전체 발행주식 수의 5%에 불과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소액주주 평균 주식보유기간이 코스피 7.3개월, 코스닥 3.1개월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이 의결권 행사에 큰 관심이 없는 단기투자자여서 전자투표만으로 이들의 주총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고령화될수록 서면투표 선호



우리나라보다 앞서 전자투표제를 시행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전자투표의 한계는 더욱 명확해진다. 2001년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일본은 전자적 방식의 주주총회 소집통지와 전자투표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일부 성과도 냈다. 기관투자자의 전자투표 이용률이 높아졌고, 특정일에 주총이 쏠리는 집중 현상이 완화했다.

그러나 전자투표를 도입한 지 19년이 흘렀어도 일본 개인 투자자 이용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일본은 개인 투자자 중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기기를 이용한 전자투표보다 서면투표를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 의결권 행사 서면에 직접 표기해 우체통에 넣는 방식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우편 비용도 상장사가 내기 때문에 굳이 전자투표를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의결 정족수 기준 완화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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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 법무부와 공동으로 ‘상장회사 등의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상장사에 주주 연락처를 제공하고 전자투표 편의성을 높여 주총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였다. 또 주총 소집 시 사업보고서 제공, 주총 소집기간 연장, 주총 분산 개최 의무화 등을 통해 주주들의 내실 있는 의결권 행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공염불에 그쳤다. 실효성과 부작용 논란이 이어지면서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소액주주 권익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전자투표제 의무화 추진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전자투표 의무화하는 것은 불완전한 시스템으로 말미암은 혼란과 상장사의 부담 가중, 시스템 오류나 해킹 피해, 명의도용 등으로 말미암은 소송분쟁 위험성에 관한 책임을 회사에 전가하는 동시에 자율성 침해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김진희 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소액 주주의 주총 참여가 저조한 이유가 의결권 행사 방법의 문제가 아닌 단기투자 성향의 주주가 많기 때문”이라며 “섀도우보팅제 폐지에 따른 기업의 정족수 문제는 전자투표 의무화보다 외국보다 과도한 의결정족수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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