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라면 '짜파구리'와 맥주 '필라이트'가 재조명 받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짜파구리의 재료인 짜파게티와 너구리가 진열돼 있다. 2020.2.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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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마케팅으로 반전을 노린다. 영화 '기생충'의 글로벌 흥행으로 영화에 등장한 짜파구리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증권가에서는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 반등한 것처럼 농심 역시 해외에서 짜파구리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18일 농심 주가는 전일 대비 2000원(0.77%) 상승한 2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보합권 흐름이지만 지난 10일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뒤로는 10% 이상 오른 가격이다.
농심이 갑자기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은 영화의 흥행 덕분에 영화 속 등장한 짜파구리가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짜파구리는 농심의 주력 라면 제품인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만든 요리인데, 짜파게티 특유의 달달함과 너구리의 매콤함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국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기 레시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던 짜파구리는 영화 기생충을 계기로 인지도가 글로벌로 확장됐다. 그 밑바탕에는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있다. 유튜브에 'jjapaguri'라고 검색하면 해외 유튜버들의 영상이 수백건 검색된다. 영화에서 유튜브로 이어지는 마케팅 효과로 해외에서 짜파구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이다.
농심은 짜파구리 인기를 계기로 해외 사업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농심은 국내 1위 라면 업체지만 해외 수출액은 미미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 1조7466억원 가운데 내수가 1조6344억원(93.6%), 수출이 1122억원(6.4%)으로 내수 비중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국내 라면 소비량은 한계가 있고, 갈수록 외형 성장이 정체되면서 농심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현재 주가는 50만원을 상회했던 2016년 대비 반토막 난 상태다. 농심 입장에선 해외 진출을 통한 매출 확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미 국내 기업중에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처음 불닭볶음면이 출시 됐을 때는 강렬한 매운 맛으로 인해 대중이 아닌 마니아층을 겨냥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 소비량이 증가했다.
특히 해외에서 일명 '불닭 챌린지'로 인기를 끌면서 수출 효자 노릇을 했다. 해외 유튜버들이 한국의 '엄청 매운' 라면을 먹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들이 인기를 끌었고, 이를 본 다른 유튜버들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갔고 매출도 따라 상승했다.
삼양식품의 수출액은 2017년부터 급증했다. 2016년 931억원이었던 수출액은 2017년 2052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수출액은 191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7%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5.9%에서 지난해 49%로 급격히 늘었다. 수출의 90% 이상은 면류(불닭볶음면 등)였다.
내수 기업에서 수출 기업으로 체질이 바뀌면서 삼양식품 주가는 점프했다. 2016년초 2만원 중반대였던 주가는 2018년 11만7500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약간 조정을 받다가 최근 다시 상승해 현재는 9만6800원으로 전고점에 다가가고 있다.
농심 '앵그리 너구리(RtA)'. /자료제공=농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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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도 삼양의 불닭볶음면 처럼 짜파구리의 해외 확장을 위한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해외에서 너구리가 'RtA'(한글 너구리를 뒤집은 모양)로 통한다는 점을 이용해 최근 너구리보다 3배 매워진 '앵그리 RtA'를 출시했다. 불닭볶음면 같은 매운맛 챌린지 홍보 효과를 노린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짜파구리, RtA 등의 홍보 효과가 올해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분석한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짜파구리 인기로 미국 내 아시안 라면 소비량이 약 3%, 아시안 외 라면 소비량이 약 5%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2020년 농심의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962억원까지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마케팅 전략이 단편적인 판촉에서 유튜브와 같은 SNS 채널을 활용한 효율적인 판촉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마케팅 전략의 변화로 인해 올해는 해외법인과 함께 내수 라면 사업도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은 농심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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