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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설] 민주당, 열성 지지층만 보고 총선 치를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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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다른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백서’ 필진인 김남국 변호사가 어제 예정됐던 4·15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몇 시간 앞두고 갑자기 취소했다. 김 변호사는 조국 전 법무장관에 비판적 입장을 보인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총선이 ‘조국 수호’로 가면 안 된다”는 금 의원 발언과 관련해 “무엇을 두려워하나. 금 의원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출마로 이번 총선이 ‘친조국’ 대 ‘반조국’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는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해 기자회견을 취소했지만 출마 의지는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일은 민주당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집권여당이 친문(친문재인) 핵심 지지층의 눈치를 보느라 번번이 국민 상식과는 동떨어진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제기된다.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고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자 취하한 데 이어 이인영 원내대표가 어제 당 지도부로는 처음 사과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강서갑은 단수후보 지역이 아닌데도 당 공천관리위가 15일 이례적으로 추가공모 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조국 사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관련해 소신발언을 했다가 친문 지지층에 미운털이 박힌 금 의원을 겨냥한 ‘자객 공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당은 국정 운영의 한 축이다.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때로는 청와대와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민심에는 귀를 닫고 핵심 지지층만 바라본다. 당내에서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조국 사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행보가 핵심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중도 확장성을 위축시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민주당의 각성이 요구된다.

친문 지지자들의 행태는 도를 넘었다. 지난 9일 충남 아산 전통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경기가) 거지 같아요”라고 말한 상인이 ‘신상 털기’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불경죄’에 걸린 것이다. 이들은 해당 상인의 가게 이름과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을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커뮤니티에 퍼나르면서 공격 좌표로 설정했다. 인신공격성 댓글을 달며 사실상의 ‘불매 운동’까지 벌였다. 이 같은 맹목적 지지는 문재인정부에도 이롭지 않음을 명심하고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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