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은 안철수계 국민의당과 유승민계 바른정당이 통합해 만든 당이다. 두 당은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의 결합을 표방하며 거대 양당체제에 맞서 제3의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당은 이념과 노선, 정체성 등에서 지난 2년간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한 지붕 두 가족’처럼 지내다 끝내 당 해체에 들어갔다. 그 와중에 비례대표 의원들은 ‘셀프 제명’으로 의원직을 유지한 채 제각각 살길을 찾아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합리적인 중도·실용정치를 바라며 정당투표한 유권자들의 기대를 배신한 퇴행적 꼼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정당을 함께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는 말만 정계 개편이고 통합일 뿐, 그야말로 이합집산이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위성 정당을 백지화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를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할 목적으로 ‘미래한국당’ 창당을 강행했다. 몇몇 의원들은 한국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뒤 미래한국당으로 옮겨가 이 당의 주가를 올리는 데 힘을 보탰다. 그도 모자라 한국당은 ‘5·18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비례대표 의원을 1년 만에 제명 처리하고 마치 파견이라도 보내듯 위성 정당 소속으로 발령냈다. 코미디 같은 이런 정치가 한두번도 아니고 일상적으로 이어지는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선거철만 되면 ‘떴다방’ 정당이 난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정당정치의 가치를 왜곡하고 비례대표의 취지를 훼손하는 작태가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지는 건 유권자를 우습게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정치세력을 그대로 두는 것은 시민들의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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