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오강돈의 중국 마케팅 (90) 중국과 러시아 <49>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 언론·프로파간다 체계 모델 세운 소련… 중국도 마찬가지
세 축은 공산당 기관지, 행정부 소속 통신사, 중앙 방송사
‘멀티 플랫폼’, ‘크로스 미디어’ 전략 구사하는 요즘에도 정권의 통제 받아

조선비즈



중국, 북한 등 사회주의권 국가, 또는 과거 사회주의를 경험했던 국가의 언론 및 프로파간다 체계는 소련의 그것을 본뜬 것이 많기 때문에, 소련을 알면 중국이 보인다. 소련 언론체계의 세 가지 축은, 첫째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Пра‎вда)’, 둘째 행정부 소속의 통신사 ‘타스(ТАСС∙Телеграфное Агентство Советского Союза∙텔레그라프 에이전시 소비에트 소유즈)’, 셋째 방송은 ‘소련 중앙텔레비전(Центральное телевидение СССР)’이다.

중국도 소련과 마찬가지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행정부 소속의 신화통신사(신화사), 그리고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의 세 축이다. 북한 역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그리고 조선 중앙텔레비죤을 주요 언론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소련과 흡사하다. 앞선 글에서 소련의 당기관지∙통신사∙방송, 그리고 소련을 좇은 중국의 세가지 주요 언론 이야기를 살펴 보았다. 이번에는 세가지 주요언론 이외에 사회주의 국가의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언론들 중에서 몇가지 분야를 골라 소련이 중국에 미친 영향을 재확인해 본다.

조선비즈

사회주의 국가에서 ’군부’의 위상과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소련 ‘군부' 기관지의 이름 ‘붉은별(Красная Звезда)’은 구소련 해체후 러시아로 이어졌다. 제호 아랫 부분에 ‘러시아 연방군 신문(Газета Вооружённых Сил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그리고 1924년 1월 1일 소련 시절 창간되었음이 적혀 있다. 왼쪽 윗부분에는 슬로건 ‘우리는 너를 지킨다, 러시아!(Мы храним тебя, Россия!)’.



사회주의 국가에서 ‘군부’의 위상과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소련 군부 ‘인민 군사위원회’의 기관지 ‘붉은별(Красная Звезда)’은 건국후 1924년 창간되어 소련에서 국방, 병영, 국제관계 분야의 언론으로 오랜동안 대접받았다. 소련 건국전에는 러시아혁명을 주도한 볼셰비키들이 그들의 군대 ‘레드 아미’를 위해 발행한 ‘병사의 프라우다(Солдатская Пра‎вда)’가 비슷한 신문이었다. ‘병사의 프라우다’는 뒤에 이름을 ‘빈민(Беднота)’으로 바꿨고, ‘빈민’은 붉은별이 창간된 이후에 ‘농민’을 대상으로 한 소련공산당 선전매체로 활용되었다.

중국공산당도 1931년 국공내전 당시 ‘군부’인 ‘노동자∙농민(工農) 홍군(红军) 군사위원회’의 기관지로 소련과 같은 이름의 ‘붉은별(红星∙홍성)’을 창간했다. 붉은별은 중국공산당이 국민당의 전면적 공세를 피해 대장정에 나선 시기에는 중국공산당 측의 거의 유일한 선전매체로 기능했다. 후일 중화인민공화국의 군부인 ‘중앙 군사위원회’ 군대의 이름이 ‘인민 해방군’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기관지의 이름도 ‘해방군보(解放军报)’로 되었다.

사회주의 국가는 또한 ‘노동자’를 정권 수립의 주요 기반으로 삼는다. ‘소련 전국 총노동조합’의 기관지는 1921년 창간된 ‘노동(Труд)’이다. 중국의 경우 상하이에서 1921년 창당된 중국공산당의 영향을 받아 1922년 ‘중화 전국 총노동조합(中华全国总工会∙공회)’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의 기관지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직전 창간된 ‘노동자(工人∙공인) 일보’이다. 월간지로 ‘중국 노동자 운동(中国工运)’이 있다.

조선비즈

‘소련 전국 총노동조합’의 기관지는 ‘노동(Труд)’이고, ‘중화 전국 총노동조합(中华全国总工会)’의 기관지는 ‘노동자(工人∙공인) 일보’이다.



사회주의 국가는 ‘청년’ 조직을 여러모로 활용한다. 청소년과 청년들은 공산당의 예비 핵심인력이고, 군사적으로는 예비군이다. 볼셰비키가 만든 ‘청년’ 조직이 ‘콤소몰’이다. 15세부터 20대 후반까지의 조직원에게 공산주의 교육을 실시한다. 콤소몰(КомСоМол)은 ‘청년 공산주의자 동맹(Коммунистический Союз Молодёжи)’의 줄임말이다. 이 동맹의 기관지는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Комсомольская Пра‎вда)’이다. 소련시절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했다.

중국판 콤소몰이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中国共产主义青年团∙공청단)’인데, 중화 전국 총노동조합처럼 1922년에 만들어졌다. 공청단 출신은 중국공산당의 주요 정치세력 중 하나이다. 공청단이 청년 독자들에게 배포하는 기관지는 ‘중국 청년보(中国青年报)’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후 1951년에 창간되었다. 중국청년보는 공산주의 교육 이외에도 문화, 대학생활, 직업교육 등 내용을 첨가해 청년들의 흥미를 끌고자 했다. 참고로 북한판 콤소몰은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동맹’이고 그들의 기관지 이름은 ‘청년 전위’이다.

소련 ‘작가’ 동맹은 소련공산당이 사회주의 건설에 문학을 이용하고자 관련 단체를 하나로 묶어 관리하려고 1932년에 만든 조직이다. 기관지는 주3회 발행되었던 ‘문학 신문(Литературная Газета)’이다. 중국공산당도 1949년 중국 ‘작가’ 협회를 만들었다. 기관지는 ‘문예보(文艺报)’이고 역시 주3회 발행되었다. 월간으로는 ‘인민 문학(人民文学)’이 있다.

소련공산당 기관지가 프라우다라면, 소련행정부의 기관지는 ‘이즈베스티야(Известия∙소식)’이다. 이즈베스티야의 연원을 따져보면 러시아 혁명시기에는 멘셰비키측이 발행하는 신문이었다가 볼셰비키 최고 소비에트의 기관지로 되었다. 중국으로 가면 비슷한 이름의 신문 ‘참고 소식(参考消息)’이 있다. 모택동은 참고소식의 역할을 ‘외신, 국제뉴스를 전하는 신문'으로 삼았다. 1956년 폴란드와 헝가리에서 반소련 봉기가 일어나고 소련군이 헝가리에 진주하는 상황을 보면서 모택동은 국제정세 조기 파악의 필요를 느꼈다. 외신을 그대로 번역해서 싣는 경우도 많았는데, 말그대로 외신을 ‘참고’하여 ‘소식’을 얻었던 신문이다. 참고소식은 개혁개방 즈음 천만부에 육박하는 중국내 최대 발행부수의 신문이었다.

조선비즈

중국판 콤소몰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中国共产主义青年团∙공청단)’의 기관지 ‘중국 청년보(中国青年报)’.



이상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사회주의권 국가 또는 과거 사회주의를 경험했던 국가의 언론 체계는 대개 소련을 모델로 하여 정립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언론 체계는 사회주의 당∙국가 체제를 선전∙프로파간다하는 ‘마우스 피스’ 조직으로 충실히 복무하였다. 중화인민공화국에서도 관영언론은 정권의 ‘목구멍과 혀(喉舌)’, ‘귀와 눈(耳目)’, ‘지혜집단(智库)’, ‘정보집결지(信息总汇)’로 규정되었다. 다만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잡지 등 전통적 4대 매체가 퇴조하는 전세계적 현실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 관영 매체들도 디지털화된 미디어에 힘을 쏟는 ‘멀티 플랫폼’, ‘크로스 미디어’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소련 시절 언론은 당연히 정권의 통제를 받았지만, 구소련 해체 후의 러시아에서도 언론에 대한 제도적 또는 비공식적 검열과 통제는 강력하다. 민간 언론에 대한 통제에는 연방보안부도 관여하고 있다하고, 수많은 디지털 미디어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하여 ‘가짜뉴스법’을 만들었다. 중국은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시각인식과 보안 기술까지 여론 통제에 활용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긴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사회주의를 같이한 역사 등을 공유하는 특수한 관계이다. 위에서 소련 언론체계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중국의 이야기를 통해 두나라의 공통점을 살펴 보았다. 우리는 한국 전쟁 이후 미국과 일본에 대한 관심과 교류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관심과 교류가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는 시장경제를 운위하는 러시아, 중국과 교역하며 상호 이익을 추구해 오고 있다. 시장이 협소한 한국으로서는 지역적으로도 붙어 있고 소비자의 규모도 큰 두 나라와의 경제적 거래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현대의 디지털 경제와 글로벌 교역이라는 두가지 테마만으로도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 러시아 시장을 포함한 세계로 활동 범위를 넓힐 동인이 된다. 더구나 동북아의 정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수록 육로로 연결된 경제권은 활성화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광의의 중국어권 시장과 러시아어권 시장도 함께 묶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필자 오강돈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GM∙CJ의 국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디자인기업∙IT투자기업 경영을 거쳐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등을 집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판매, 사업을 총괄했다. 한중마케팅(주)를 창립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

오강돈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