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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기자수첩] 한국 조선업이 일본처럼 몰락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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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일본 조선사들이 잇달아 몰락하고 있다. 일본 2위 조선사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는 최근 신조선 사업을 접겠다고 밝혔고, 미쓰비시 중공업도 LNG선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 조선업을 제소한 이유도 자국 산업 보호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조선업체의 지난해 수주량 점유율은 13%로 한국(37.3%)과 중국(33.8%)에 한참 밀렸다.

일본은 한때 독보적인 '조선 강국’이었다. 1956년 신조선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뒤, 수십 년간 세계 정상을 유지했다. 일본은 1980년대 초반까지도 세계 신조선(新造船) 물량의 절반 이상을 건조하며 다른 나라에 월등히 앞섰다.

잘나가던 일본 조선산업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과잉 구조조정’ 때문이다. 일본은 석유파동으로 선박 수요가 줄자 1978년, 1987년 두 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생산설비를 감축하고 저비용으로 선박을 만들기 위해 ‘표준선박’을 내세웠다. 이전에 개발했던 선박을 표준화시켜 똑같은 배만 만들어 파는 방식이다. 선주들은 일본 조선사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못하자 발주를 줄였다.

조선업 투자가 줄고 설계·연구인력을 감축하자 동경대 등 일본의 대학교들은 차례로 조선학과를 없앴다. 후계자들이 사라지니 고령화는 당연한 수순이 됐다. 설계 인력이 부족해지자 일본은 급격한 기술 변화에도 손쓸 수 없게 됐다. 일본이 최근에야 인력 확보에 나섰지만, 다시 일본 조선산업이 살아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다행히 일본 다음으로 왕좌에 오른 한국은 아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뒤를 밟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조선업 침체와 채용 축소에 국내 대학은 조선·해양 관련 전공을 통폐합하고 있고, 전공생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조선사에서는 직원수 감소와 근속연수 증가가 겹치며 고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인력들이 조선업을 외면하면 일본처럼 기술 단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우수 인재들이 조선업을 기피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기관, 기자재사, 해사 기관 등도 조선업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정부도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결코 밀려날 것 같지 않았던 일본은 세계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전략 실패로 조선산업 세계 1위 자리를 한국에 내줬고 두 번 다시 1위에 오르지 못했다. 일본을 보고 있자면 '미래의 기회는 당신의 생각보다 늦게 오고, 미래의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라는 한 미래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도 가까워진 위기에 대비해야 할 때다.

안소영 산업부 기자(seenr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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