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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29번환자, 동네의원 8번·응급실 4시간…병원내 감염 메르스 악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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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발현 후 11일간 개인의원 8차례 내원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서 환자 등 76명 접촉

배우자 30번째 확진자도 서울대병원 찾아

"국내 동네병원, 감염병 전파에 취약한 구조"

의료계 "경증환자 보건소에서 선별진료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뒤 서울 종로구 일대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서 114명과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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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마른기침 등 증상이 나타난 뒤 11일 사이 동네 병원 2곳을 8차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응급실을 4시간 동안 찾은 것으로 조사되면서 의료기관 내 감염이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접촉자 114명 대부분이 환자와 의료진 등으로 감염에 취약하거나 전파 시 위험군에 속하는 데다, 확진 판정을 받은 배우자도 병원을 함께 찾거나 다른 병원을 내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중소 의료기관의 특성상 좁은 공간에서 많은 환자가 밀집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경증 의심환자 선별진료를 보건소가 전담하는 등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9번째 환자(82세 남성, 한국)는 이달 5일 마른기침, 가래 등 증상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이 환자는 서울시 종로구 신중호내과의원을 2회(5·7일), 같은 지역 강북서울외과의원을 6회(5·8·10·11·12·15일) 방문한 뒤 15일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여기에 종로구 일대 약국도 4회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이 환자는 중국 등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았고 확진자의 접촉자도 아니었던 까닭에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 환자는 이전에 외과 처치를 받은 적이 있어 후속치료 목적으로 외과의원을 자주 내원한 것으로 현재까지 역학조사 결과 파악됐다. 당시 마른기침이나 몸살 기운 등 증상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질환을 치료하는 게 방문 목적이었건 것이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17일 브리핑에서 "원래 외과적인 처치를 받으신 적이 있어서 후속 치료 목적으로 이 병원(강북서울외과의원)을 2016년 이후부터 계속 다니셨다"며 "방문하실 때는 증상이 마른기침이나 몸살 기운 이런 증상이 섞여 있기는 했지만 원래 가지고 계셨던 질환에 대한 치료목적이 더 주였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가슴 통증이 있어 찾은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에선 심근경색을 의심한 의료진이 방사선 및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성 폐렴 소견을 확인하면서 진단검사를 하게 됐다.

환자가 방문한 의원과 응급실 등은 이미 방역 및 소독 조치를 마무리했고 의료진과 환자 등은 격리 조치한 상태다.

현재까지 확인된 접촉자 대부분은 의료진이거나 환자다. 우선 114명 중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 환자 31명과 의료진 및 직원 45명 등 76명을 포함해 37명도 의료기관과 약국에서의 접촉자들이다. 나머지 1명은 확진 판정을 받은 배우자다.

여기에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배우자 30번째 환자도 이달 6일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8일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병원 측은 진료를 했던 의료진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진료 공간도 소독한 상태다.

의료계에서는 이 환자가 코로나19를 의심하지 못한 상황에서 동네의원급 기관을 수차례 방문한 만큼 추가 전파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하루에 40~50명을 봐야 하는 진료 체계를 가지고는 방역 체계에선 대응 방안 등을 논할 수 없다"며 "외국 등에서 하루에 10~15명의 환자를 보는 진료 구조 상태에서나 접촉자를 앞, 뒤 환자로 최소화할 수 있지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에선 방역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시간에 5~6명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 사정상 대기 공간에 여러 명의 환자들이 밀집할 수밖에 없고 만에 하나 의심환자를 확인하더라도 따로 격리할 장소가 없는 곳이 많아 대응이 어렵다는 얘기다.

코로나19의 경우 후베이성 이외 지역은 0.2% 수준으로 치명률이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보다 낮은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된다. 그러나 2015년 메르스 사태가 의료기관 내 감염 등에서 비롯됐던 만큼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 특히 응급실 등에 경증 의심환자가 몰릴 경우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감염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대한항균요법학회 등은 정부에 위기상황기간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들은 "코로나19 선별진료를 맡은 급성기병원 응급실에서는 일반 응급환자의 노출과 의료기관내 유행의 위험이 상재한다"며 "경증 의심환자가 확진검사를 위해서 국가지정격리병상에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확진자의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증 의심환자의 선별진료는 보건소로 일원화하는 것을 권고한다"며 "의료기관 응급실은 외래나 입원 등 일반 진료가 필요한 환자에서 코로나19를 감별하는 역할을 담당해 의료기관내 전파를 차단, 일반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소를 중심으로 하되 인력 충원 등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김태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29번째 환자와 같은 사례는 딱히 누가 예방하기 어렵다"며 "경증 의심환자를 최대한 보건소 등 공공 영역에서 스크린을 강화하는 게 최선인데 그러려면 인력이나 시설 등을 보강해 보건소 안전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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