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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1억 투자해 2000만원 건져… 억장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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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라임 펀드 손실률 17일부터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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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의 80%가 사라졌다. 억장이 무너진다. 억울해서 미칠 것 같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 가입한 김모 씨는 17일 판매사인 증권사의 전화를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가 가입한 펀드 ‘타이탄 3호’의 손실률이 78%로 확정됐다는 얘기였다. 수익률이 좋다는 프라이빗뱅커(PB)의 말을 믿고 1억 원을 투자했는데 계좌에 찍힌 잔액은 불과 2200만 원. 가입을 적극 권유했던 PB는 이제 와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소송을 걸든 알아서 하라”고 말을 바꿨다. 김 씨는 “투자금을 돌려받을 방법도 마땅치 않아 보여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라임운용 일부 펀드의 손실률이 확정돼 17일부터 통보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母)펀드인 ‘플루토FI D-1호’(플루토), ‘테티스 2호’(테티스)에 연결된 자(子)펀드들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이날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들로부터 손실률을 통보받았다. 적게는 한 자릿수 손실에서 많게는 80% 이상까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펀드 내 부실자산이 있는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 A 씨는 “오늘 기준으로 원금의 68%가 손실됐다는데 판매사에선 손실률이 95%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하더라”며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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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은 이달 21일까지 플루토와 테티스의 자펀드 손실률을 투자자에게 전부 통보할 계획이다. 또 실사를 진행 중인 플루토 TF-1호와 크레디트 인슈어드 1호 등 무역금융펀드도 이르면 3월 말까지 자펀드 투자자에게 손실률을 통보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최대한 많은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 금융당국도 적극적으로 펀드 판매사까지 책임 소재를 확대해 최대한 많은 투자자가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투자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을 통하는 방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14일까지 227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손실률이 확정되면서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불완전 판매로 분쟁조정을 하면 배상액이 투자 원금의 절반 이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기 행위가 인정되면 계약 취소에 해당돼 투자원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도 있다. 판매사들이 분쟁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이 경우 길게는 5년까지 걸릴 수 있다.

금감원은 다음 달 합동현장조사단을 구성해 사실조사에 착수하는 등 분쟁조정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판매 규정 위반이 드러난 판매사들에 대해서도 추가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금융회사들에 대한 징계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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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신한금융투자가 추가검사 1순위 대상이다. 금감원은 중간검사 결과 발표 당시 신한금융투자가 ‘플루토 TF 펀드’(무역금융 펀드)에서의 부실 발생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고 해당 펀드를 지속적으로 판매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특정 지점 1곳에서만 1조 원가량 라임 펀드를 판매한 대신증권에 대해서도 현장검사를 실시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판매사와 운용사 간 손실 분담 문제, 투자자와 운용·판매사 간 법적 분쟁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현장조사 후에도 실제 배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라임펀드 투자자는 “빨리 현장조사와 분쟁조정이 진행돼 최대한 원금에 가깝게 배상을 받을 수 있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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