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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글로벌포커스] 이것은 `코로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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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03년 4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현장 조사에 나섰다. 중국위생부는 베이징 내 사스 환자가 12명, 사망자는 3명이라고 발표했다. WHO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베이징 대형 병원에서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졌다.

인민해방군 소속 한 병원은 40여 명의 사스 환자들을 인근 호텔로 피신시켰다. 또 다른 군병원은 2개 병동에 가득 찬 환자들 중 회복기에 접어든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을 전염병과 무관한 병동으로 이송했다. 한 병원은 갑작스러운 방문조사가 이뤄지자 31명의 환자를 앰뷸런스에 급히 나눠 싣고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내를 드라이브하도록 했다.

이런 사실은 한 군의관이 외신에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결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불호령이 떨어졌고 위생부장, 베이징시장 등 관련자들이 대거 경질됐다. 중국은 전례 없는 사과문도 발표했다.

17년이 흐른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후베이성 우한시에 사스와 유사한 괴질이 유행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한 의사가 이런 내용을 문자로 알렸다가 괴담 유포죄로 조사받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의료진 14명이 전염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음에도 우한시 정부는 "전파력이 강하지 않고 통제와 방역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뒤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역 강화 특별지시가 심야에 발표되면서 혼돈은 절정에 이르렀다. 별일 없다던 우한시가 춘제 이틀 전 전격 봉쇄됐고 중국 전역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사이 500만명이 우한을 빠져나가 감염 사태는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여론이 악화되자 우한시 서기가 나섰다. 그는 세 번의 대응 기회가 있었지만 실기했고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데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후회했다.

중국은 지금 코로나19와 사활을 건 '인민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국의 의료진 2만5000여 명이 우한에 대거 투입됐다. 너나 할 것 없이 빠져 나가려는 상황에서 역으로 우한으로 들어간 이들을 중국 언론은 '역주행 천사'라 칭송하고 있다. 물적 자원 총동원령도 발동했다. 2500개 병상을 갖춘 전문병원 2곳을 일주일 만에 벼락치기로 건설했다. 우한으로 가는 물자는 초특급으로 전달되고 있다.

후베이성 일부 지역은 모든 건물의 출입을 원천 봉쇄하는 전시통제를 실시 중이다. 중국 내 대부분 도시도 통행제한을 계속하고 있다. 후베이성과 우한시 서기 등 지휘부도 경질됐다. 중국에선 이달 말이 고비라고 전망한다. 또 중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중국특색의 위기관리'라는 자평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장담은 못하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주요 정치 일정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당장 다음달 3일로 예정했던 양회 연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85년 이후 지속돼온 3월 양회 관례를 처음 깨는 것이고 현 사태의 심각성을 공식 인정하는 것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하루에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5000명 이상이 집결하는 대규모 행사는 국민 정서 등 여러 면에서 무리다. 이 때문에 5월 이후 개최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양회를 연기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고민은 여전하다. 어떤 형태로든 책임론은 불가피하고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괴담 유포로 조사받은 의사의 죽음을 계기로 양회에 제출된 언론자유 청원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국제사회 대응도 혼란스럽다. '재난대처의 모범'이라던 일본은 크루즈 감염 사태엔 원칙 없이 우왕좌왕이다. 미국은 모든 중국인들의 입국을 막아 지나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우리의 방역체계는 지금까지는 선방 중이라는 게 WHO 평가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부분이나 허술한 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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