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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필동정담] `코로나 청정`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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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달아나는 토끼와 서쪽으로 뛰는 토끼를 동시에 잡으러 가지 못하는 상황을 경제학에서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라 부른다. 한정된 땅으로 내 집 안마당도 늘리고 대중공원도 늘리는 묘수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전파력 강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일과 국민생활에 불편을 끼치지 않는 일도 전형적 트레이드오프다. 두 토끼를 다 잡을 것처럼 말하는 건 요행을 바라는 허풍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의 방역 대응은 귀감이 될 만하다. 요즘 제주도를 방문하면 수시로 코로나19 관련 문자메시지가 날아온다. 메시지 내용도 개인위생수칙부터 다중이용시설과 공공장소 방역 현황, 의료기관 안내 등 다양하다. 현지 주민들에게선 거의 세뇌교육 수준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물론 문자서비스는 위기대응 업무 중 극히 일부다. 지난달 하순 제주 여행을 다녀간 중국인 관광객이 귀국 직후 확진 판정을 받자 원희룡 지사는 곧바로 총비상령을 걸었다. 중국과 직접 연락하면서 해당 인사의 동선과 밀접접촉자를 일일이 확인하고 후속조치를 취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달 2일에는 외국인 무비자입국제도를 일시중지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해 4일부터 시행했다.

제주도가 확진자 0명의 코로나 청정지역을 유지해온 비결은 이런 호들갑 덕분이다. 지리적 여건 덕에 방역이 쉬울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제주도에 중국인 관광객은 '밥줄'이나 다름없다. 무비자입국제도 시행 이후 한때 연 360만명에 달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지금은 현격히 줄었지만 중국인 비중은 98%로 여전히 절대다수다. 그 특혜를 스스로 포기하는 건 지역주민에게 큰 희생을 요구하는 결단이었다.

긴급현안이 생길 때 정부 역할의 핵심은 바로 정책 우선순위다. 당장의 고통을 모면하려 들면 훨씬 큰 손실이 뒤따른다는 걸 경험칙으로 알면서도 사후책임이 두려워 미적대기 일쑤다. 과감한 결단력은 그런 때 필요한 덕목이다.

[이동주 비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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