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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독자칼럼] `노인은 약하다`는 고정관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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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나라야마 부시코'는 우리나라 고려장과 같은 풍습을 소재로 한 일본 영화다. 가난한 시절 노동력이 없는 노인들은 입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산속에 버려졌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모는 칠순에도 튼튼한 치아를 가졌을 만큼 건강했지만 곤궁한 살림에 아무 도움도 못 되고 음식만 축내는 자신을 견딜 수 없어 돌절구에 앞니를 짓찧어 부러뜨리고는 아들에게 나라야마산으로 보내 달라고 채근한다.

우리나라와 일본뿐만 아니라 옛날 이누이트족도 식량이 떨어지면 노인을 눈밭에 버리곤 했다. 그것은 식량이 부족한 시대에 종족 보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노인은 힘이 없고 노동력도 떨어지고 약하다는 인식은 아마도 이 시기에 뿌리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든 밥은 먹고사는 오늘날에도 노인과 늙음에 대한 시각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늙음은 쓸모없음, 나약함으로 인식된다. 60세가 되면 은퇴해야 한다는 생각은 공공연한 약속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 젊은이보다 체력이 떨어지고 지적인 판단 능력도 떨어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년에 이른 당사자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 데 있다.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며 무슨 일에서든 몸을 사리는 것이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 "기억력이 부쩍 떨어졌어" 등을 입에 달고 산다. 스스로 늙기를 자청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노년이 되어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신체적·지적 능력이 뚝 떨어지지 않는다. 2008년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60·70대 초반까지 노인 가운데 건강 때문에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비율은 100명 중 7~8명에 불과했다. 자잘한 병이야 달고 살겠지만 일상에 큰 불편을 줄 만큼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에 '나이 든 사람들이 반드시 연약한 것은 아니다'는 생각이 뿌리내려야 한다. 나이 듦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어야만 노인을 고용하는 직장이 늘어나고 노후 인력도 적극 활용될 것이다. 당연히 노년 빈곤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경로석을 만들고 자리를 양보하는 것보다 늙었으니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나이 든 사람에 대한 진정한 배려다.

[이혜성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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