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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World & Now] 中 지도부의 코로나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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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로나19는 중국 통치 체제에 큰 시련을 안겼다. 우리는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었던 지난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얘기다. 회의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를 반성하고 있다는 '자성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회의 이후 시 주석의 언행을 살펴보면 중국 지도부의 반성 내용은 일반적으로 예상했던 자성론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중국 지도부는 코로나19 수습 자체보다 전염병이 공산당 통치 체제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더 염려했고, 시 주석을 중심으로 당 권력을 더욱 집중시키는 것이야말로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여긴 것 같다.

통치 방식 측면에서 시 주석은 덩샤오핑 사상과 결을 달리한다. 덩샤오핑은 당과 정부를 분리하고 관료의 지성을 당에 이식하려 했지만 시 주석은 '당 중심주의'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가 권력을 잡자마자 인민일보 사설을 통해 "중국이 우뚝 서서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게 만드는 핵심 열쇠는 당에 있다"고 입장을 밝힌 사례는 유명하다. 이를 위해 언론이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의 통치 사상은 코로나19 공포가 확산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그대로 발현됐다. 당의 권위를 지키고 당이 옳은 판단을 했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 언론 통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중국에서 최초 코로나19 환자가 보고된 시점은 지난해 12월 8일이었지만, 시 주석이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포한 때는 한참 지난 1월 20일이었다. 하지만 중국 관영 언론들은 당국의 초기 부실 대응에 대한 지적 없이 "당 영도(지도자)를 중심으로 행동에 나선 덕분에 전염병 억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연일 보도하고 있다. 또 언론들은 시 주석이 일찌감치 회의를 주재해 코로나19 예방 노력을 지시했다는 사실과 우한 봉쇄령 허가 소식을 한 달이 지난 뒤에야 공개했다. 이는 당국의 뒤늦은 대응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워 당의 권위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코로나19 실상을 외부에 알렸던 목소리는 은폐하고 외면했다. 중국 당국은 우한에서 폐렴 환자 확진 소식을 알렸던 의사 고(故) 리원량을 괴담 유포 혐의로 체포한 바 있다. 또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비판하던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와 칭화대 법대 교수 출신인 쉬장룬 등 지식인사들이 사라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쉬장룬은 "독재하에서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무너졌다"며 시 주석을 향해 강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일본의 중국 역사 대가인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저서 '옹정제'에서 "독재 체제를 탄생시키고 그 위력을 발휘하게 한 것은 중국의 거대함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독재 정치의 무력함을 비웃는 것도 중국의 거대함"이라고 지적했다. 17일 기준 중국 내 누적 확진자는 7만명을 돌파하고 사망자는 1700명을 넘어섰다. 위기 돌파 해법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당 권력 집중을 선택한 G2의 민낯이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daekey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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