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5차례 걸친 암매장 발굴조사 "실종자들 끝까지 찾아야"
옛 광주교도소·주남마을 등 민간인 학살지 중심으로 전면 재조사
5·18 행방불명자 가족의 눈물 |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국립5·18민주묘지에는 봉분 없이 비석만 세워진 채 주인을 기다리는 가묘가 세워졌다.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년이 지나도록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5·18행방불명자의 묘지다.
가족이 행방불명됐다고 광주시에 신고한 사람은 448명이지만 현재 광주시가 인정한 5·18행방불명자는 모두 76명이다.
모두 계엄군에 의해 희생돼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2002년부터 5차례에 걸친 암매장지 발굴 조사는 아직 성과가 없다.
하지만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민간인 학살지와 암매장지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예고하면서 행불자의 소재도 함께 파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소득 없이 끝난 다섯번의 암매장 발굴 조사
5·18 암매장 추정지 발굴은 2002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1차 발굴은 2002∼2003년 광산구 소촌동 공동묘지와 삼도동 등 2곳과 광주 국군통합병원 담장 밑, 황룡강 제방, 상록회관 옆 도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소촌동과 삼도동에서 유골과 교련복 등이 발견됐지만 5·18 행불자 가족과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지 않았다.
5·18 유골 발굴 |
2006∼2007년 이뤄진 2차 발굴에서는 문화예술회관, 북구 장등동 야산 등 2곳을 발굴했으나 유골은 발견되지 않았다.
3차 발굴은 2008∼2009년 북구 효령동 야산 내 묘지 조성지역 2곳으로 유골이 발견됐지만 5·18과 무관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4차 발굴은 8년이 지나 2017년 시작됐다.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과 남서쪽 감시탑, 육군 상무대 주둔지, 공수부대 병력이 광주 봉쇄 작전을 벌였던 너릿재터널 일대에서 발굴 조사가 이뤄졌다.
3공수여단 김모 중령이 "시신 12구를 매장했다"며 남긴 약도와 3공수여단 부사관의 제보가 발견되면서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상과 다르게 배관 줄기와 매립 쓰레기 등 과거 땅을 파내고 되메운 흔적만 나왔다.
발굴조사는 교도소 남쪽 소나무숲과 서쪽 담장 주변 등지로까지 확대됐지만, 결과는 같았다.
외곽봉쇄 작전 지역인 화순 너릿재와 광주천변 자전거길도 같은 해 12월 26일까지 두 달 가깝게 이어졌다가 추위가 시작되자 별다른 성과 없이 중단됐다.
옛 광주교도소 신원미상 유골 발굴…'5·18 행방불명자 어디에?' |
2년 동안 멈춘 발굴조사는 지난해 12월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 묘지에서 신원미상의 유골들이 발견되면서 재개됐다.
신원미상의 유골이 발견된 인근 부지 2천888㎡를 조사했으며, 신원미상 유골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에서 정밀 감식 중이다.
◇ 행방불명자 소재·암매장지 전면 재조사
오는 28일 실무 조사관 구성을 마무리하는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행방불명자 소재와 암매장지 등을 찾기 위해 본격적인 조사 활동에 나선다.
특히 암매장 증언이 이어진 옛 광주교도소 관할 부지 전체에 대한 조사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옛 광주교도소 5차 발굴 현장을 찾은 송선태 진상규명위원장은 "5·18 이후 옛 광주교도소로 재편성된 투입군이 사체를 처리했다는 증언이 있다"며 "법무부가 관리하고 있던 옛 광주교도소 전역이 추가 발굴 대상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5·18 행방불명자 찾기, 다시 시작 |
이와 별개로 주남마을과 지원동 등 민간인 학살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군은 주남마을 미니버스 총격 사건으로 크게 다친 남성 2명을 총살하고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는데, 주민 신고로 뒤늦게 시신을 수습하기도 했던 곳이다.
민간인 학살 조사가 행방불명자 소재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5·18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양민학살과 암매장 현황을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실종된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사라졌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진상조사위원회가 사건 하나하나를 낱낱이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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