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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부활’ 찬가 서울시향… 벤스케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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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음악감독 벤스케 취임음악회 마쳐 / 겸손하고 온화한 특유의 리더십 주목

세계일보

지난 14일 서울 롯데콘서트에서 열린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립교향악단 새 음악감독의 취임연주회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마에스트로 오스모 벤스케가 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새 출발을 알렸다.

서울시향 새 음악감독에 지난해 5월 임명됐던 벤스케는 지난 14,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취임연주회를 열었다. 임기 3년인 그가 택한 첫 곡은 말러의 ‘부활’ 교향곡. 벤스케는 “말러 2번은 새로운 시작을 대표하는 곡이기 때문에 첫 공연에 선택했다”고 밝혔다. 정명훈 전 예술감독 사임 이후 리더 공백 상태가 4년이나 이어진 서울시향 재건이 최대 과제인 새 음악감독의 포부가 담긴 선곡이었다.

지난 14일 서울시향 새 음악감독 첫 연주를 듣기 위해 모인 클래식 애호가들로 만석을 이룬 공연장은 기대와 설렘이 가득 찼다. 서울시향 초청 연주에서 쌓은 리더십이 음악감독 선임과정에서 단원들 지지로 이어졌던 벤스케는 그 등장부터 남달랐다. 부악장 웨인 린과 평범한 악수 대신 “앞으로 잘해나가자”고 다짐하듯 주먹을 부딪치는 것으로 결의를 다졌다.

이어지는 연주에서 벤스케는 앞으로 서울시향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게 음악계 평가다. 최은규 음악평론가는 “작곡가 말러 자신의 설명에 의하면 그의 교향곡 2번 1악장은 ‘당신은 왜 사는가? 어찌하여 당신은 고통받는가?’라는 질문을 나타낸다. 삶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인 셈이다. 대개 지휘자는 그 의미를 더 강조하기 위해 1악장 도입부에서 다소 과장된 어조로 음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연주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벤스케는 다소 빠른 템포로 시작해 급박한 느낌을 강조할 뿐 쓸데없는 악센트를 배제한 채 전체적인 흐름을 중요시한 지휘를 선보였다”며 “1악장 재현부 직전의 거대한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도 과장이나 허세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리듬을 강조한 후 곧바로 재현부를 끌어내는 벤스케 지휘는 간결하면서도 명확했다”고 설명했다. 대곡이다 보니 몇 차례 연주가 어긋난 대목도 있었지만 벤스케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이를 무난히 이끌었다. 최 평론가는 “결코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위기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리더, 전체적인 흐름을 중요시한 거시적인 안목을 지닌 흔들림 없는 리더의 모습이었다”며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이 드러난 지휘를 지켜보며, 앞으로 서울시향이 신임 음악감독을 맞이해 새로운 오케스트라로 변모해가리라 예측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벤스케의 서울시향 재건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당장 지난 4년간 보류됐던 악단 오디션부터 재개된다. 지난해 11월 서울시향 업무보고에 따르면 총원 115명인 서울시향 악단 정원은 100명만 채워진 상태다. 각 악기 제1, 2수석 7명과 부수석, 차석 7명은 물론 악장까지 새로 뽑아야 한다. 취임연주회를 마친 벤스케가 가장 먼저 시작할 업무가 될 전망이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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