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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공연 일정 미리 보세요”…‘레퍼토리 시즌제’ 서울서 지방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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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대전예술의전당에 이어 올해 경기도문화의전당도 시행

국내 첫 선보이는 연극 ‘오네긴’ 등

봄·가을 ‘125회 공연 계획’ 공개

경향신문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우종 사장(가운데)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레퍼토리 시즌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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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문화의전당이 ‘레퍼토리 시즌제’를 올해 처음 도입한다. 한 해 공연을 미리 기획해 공개하는 시즌제가 지방 예술단체로도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지난 4일 간담회를 열고 경기도립극단, 경기도립무용단, 경기도립국악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4개 예술단체가 2020년 봄·가을 동안 총 31개 작품을 125회 공연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1991년 개관 이후 처음이다.

연극계 대표 여성연출가 한태숙 예술감독이 맡은 경기도립극단은 네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이전에 가족극이나 역사극, 세미뮤지컬을 올리던 데서 벗어나 “좀 더 무거운 질문”으로 변화를 꾀한다. 오는 9월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국내 처음 연극으로 올리는 <오네긴>이 가장 관심을 모은다. 지금까지는 주로 오페라나 발레 작품으로 소비돼 왔다. 러시아 최고 권위 황금마스크상을 받은 콘스탄틴 보고몰로프가 연출을 맡는다. 박근형 연출은 성폭력 이슈에 관한 비판과 풍자를 담은 <브라보, 엄사장>을 3월 올린다. 한태숙 감독은 5월 미국 유명 배우이자 극작가 샘 셰퍼드의 퓰리처상 수상작을 원작으로 한 <파묻힌 아이>를, 11월 정복근 작가와 함께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를 선보인다.

‘국악계 이단아’ 원일 예술감독의 경기도립국악단은 “국악의 22세기를 그리다”라는 선도적 목표를 제시했다.

고정된 선율 없이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新, 시나위>, 전통 장단과 서양음악의 컬래버레이션을 보여주는 <易의 음향>, 장영규와 라예송이 국악오케스트라를 위해 만든 <21세기 작곡가 시리즈> 등을 선보인다. 한국 춤을 주로 선보였던 경기도립무용단 역시 컨템포러리 작품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특별기획으로 러시아 신예 연출가 세르게이 제믈랸스키의 플라스틱드라마(비언어극) <오네긴>을 무대에 올린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와 고전부터 낭만주의를 아우르는 ‘앤솔로지’ 시리즈를 오는 27일 시작한다.

기획한 공연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는 시즌제는 관객들이 관람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고, 시즌권을 이용하면 저렴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공연단체 입장에서도 의미를 담아 일관성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준비할 수 있어 공연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한국에선 LG아트센터가 2000년 개관과 함께 시즌제를 처음 도입했으며, 국립극장·세종문화회관 등 서울의 주요 공연장과 단체들로 확대됐다.

시즌제는 안정적인 기획력과 두꺼운 관객층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지방에선 쉽지 않은 시도다. 2014년 대전예술의전당에 이어 김해문화의전당, 부산문화회관이 도입했으며, 올해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전면적으로 시작했다.

이우종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은 “전당이 있는 수원시 주변에 300만명 넘는 인구가 있는데 관객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이 많았다. 예술감독들의 브랜드파워로 서울 관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레퍼토리 시즌 시작이 한국 공연예술계의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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