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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공정위, ‘계열사 공시 누락’ 네이버 총수 이해진 검찰 고발···네이버 사업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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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017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을 듣는 모습.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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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창업자이자 총수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현황 자료를 제출하며 자신의 회사 등 20개 계열사 정보를 누락했다가 검찰에 고발된다. 네이버 측은 고의적으로 자료를 누락한 것이 아니라며 검찰에서 무혐의를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허위제출한 이 GIO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 등에 대한 공시와 주식소유현황 신고 의무가 부과되며, 해당 총수일가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행위시 공정거래법상 제재를 받는다.

기업집단은 매년 공정위에 계열사·친족·임원·주주현황 등 자료를 제출하고 자산 규모에 따라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여부를 심사 받는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회사 지분과 실질적인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집단의 동일인(법적 총수)을 지정한다.

■공정위 “본인·친족 계열사 고의 누락”

공정위 조사 결과 이 GIO는 2015년 자신이 지분 전부를 보유한 회사 ‘지음’을 계열사 자료에서 누락했다. 자신의 사촌이 지분 절반을 보유한 계열사 ‘화음’과 네이버㈜가 지분 절반을 갖고 있던 ‘와이티엔플러스’와 ‘라인프렌즈’도 누락했다. 네이버가 100% 출자해 만든 비영리법인 소속 임원이 보유한 16개 회사도 계열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처럼 2015년에 네이버 계열사 신고 자료에서 누락된 회사는 총 20개였다.

공정위는 이 GIO의 계열사 누락행위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고 가장 높은 제재인 ‘고발’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동일인이 기업집단 소속회사 현황을 빠짐없이 신고함을 확인한다’라는 확인서에 이 GIO 인감이 날인돼있다며 “이 GIO가 자료 제출에 관해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GIO가 공정위 자료제출에 앞서 임시사원총회에 참석하고 회사 운영을 정기적으로 보고 받았다며 “자신과 친족이 보유한 회사 등이 계열사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 GIO가 2015년 자산규모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아니었던 네이버의 총수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계열사를 누락했다고 보고 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2015년 이후 작성된 네이버 내부 자료 등을 보면 네이버에서는 동일인 지정 이슈가 가장 큰 내부 관심사안이었다”며 “이러한 상황이 동일인(이 GIO)이 본인 회사와 친족 회사를 누락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2017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될 당시 네이버㈜를 총수로 하겠다고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직권으로 이 GIO를 총수로 지정한 바 있다.

이 GIO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8개 회사를 계열사 자료에서 누락한 혐의에 대해서는 경고 처분 받았다. 공정위는 누락된 회사들(네이버가 출자한 비영리법인의 임원이 간접 보유한 회사)이 총수와 친족이 보유한 회사가 아니고, 이 GIO가 누락사실을 확인한 뒤 자진신고한 점 등을 감안해 가벼운 수준으로 제재했다. 2016년에도 계열사 누락이 있었지만 당시는 자료 제출 책임자가 네이버㈜였기에 이 GIO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네이버 “자료 누락은 고의 아닌 과실”

이 GIO가 향후 검찰의 기소 결정에 따라 재판에 넘겨져 유죄로 인정될 경우 벌금형을 선고받게 된다. 2017년 개정 전 공정거래법은 공시대상기업집단 관련 자료 허위제출 행위에 대해 1억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개정 이후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이 강화됐다. 이 GIO의 고발건은 2015년 행위에만 해당돼 개정 이전 법이 적용된다.

경향신문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017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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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고발 결정된 이 GIO의 계열사 누락 행위는 실무상 착오에 따른 과실일 뿐 고의성은 없었다며 법적으로 다투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201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검토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했기에 (문제된 행위를) 허위제출이라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료 누락이 고의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검찰 수사에서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2015년 누락된 계열사들을 포함해도 네이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수 없었다며 고발 제재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설명에 따르면 2015년 네이버의 자산 규모는 3조4000억원 수준이었고, 그밖에 누락된 계열사들의 자산 규모는 3100억원 정도였다. 네이버 관계자는 “누락된 계열사들을 포함해도 당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네이버 측은 이 GIO가 총수 지정을 피하려는 의도로 계열사 자료를 누락했다는 공정위 판단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2017년에 네이버의 동일인이 누구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동일인 지정 문제를 회사 내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장 네이버 사업에 큰 영향 없을듯

앞서 동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사례로 봤을 때 이 GIO에 대한 고발이 향후 네이버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 의장이 2018년 기소될 당시 카카오가 추진하던 인터넷은행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금융사 대주주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해당 금융사의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을 일정 기간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의장은 지난해 11월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고, 카카오는 지난 1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추가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네이버 측은 “이 GIO에 대한 공정위 고발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관련 업계에서는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포기한 상황에서 당장 입을 사업상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네이버가 금융 관련 사업에 진출할 경우 거쳐야 할 대주주적격성 심사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5년 공소시효 한달 전 고발한 공정위

이 GIO에 대한 공정위 고발은 공소시효가 한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자료누락 행위가 발생한 2015년 3월25일로부터 5년이 지난 올해 3월24일이 공소시효 만료일이다. 검찰이 기소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간이 한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촉박하게 고발을 결정한 셈이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17년 9월 이후 혐의를 인지했지만 정황상 고발 결정을 신속히 내리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앞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대한 고발을 두고 공정위와 검찰의 관점이 엇갈렸던 것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당초 공정위는 김 의장에 대해 경고 처분했지만 검찰은 2018년 공정위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를 문제삼고 김 의장을 직권으로 재판에 넘겼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열사 자료 누락 법위반은 반드시 고발해야 한다는 검찰 입장을 두고 공정위 내부에서도 한동안 방향을 정하지 못했었다”며 “이 때문에 해당 법위반 사건들에 대한 제재가 거의 중단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김 의장에 대한 2심 법원 판결이 나오고 이 GIO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일도 가까워지자 내부 지침을 마련해 이 GIO를 고발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러한 공정위 결정을 두고 사실상 검찰의 눈치를 본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정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지 않은 기업집단의 관련 자료 허위제출 혐의에 대해 고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기 전에 자료를 허위제출한 행위도 법위반 정도에 따라 엄정히 제재될 수 있음을 주지시키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에 대해 이뤄지는 약식 자료제출 절차를 감안할 때 과도한 제재라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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